(베이징.홍콩=연합뉴스)중국과 홍콩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며 그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 캐나다의 토론토와 중국의 베이징, 산시성(山西省) 등 사스 위험지역에 대해 추가 여행자제령을 내렸다.

WHO는 앞서 사스의 진원지로 알려진 홍콩 및 중국 광둥성(廣東省)에 대한 여행자제를 권고한 바 있어 사스와 관련된 여행금지 지역은 모두 5곳으로 확대됐으며,오는 28일께 여행금지 지역이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독일과 덴마크, 영국 등 세계 각국 정부도 WHO의 권고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또 이탈리아와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는 한단계 더 나아가 아예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WHO 전염병 담당 국장인 데이비드 헤이먼 박사는 성명을 통해 "오늘날 질병이 확산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는 항공여행"이라면서 여행금지 지역으로 새로 추가된 3개 지역이 "사스 환자가 매우 많고 감염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스를 외부로 확산시킨 곳"이라고 지적했다. 헤이먼 박사는 이와 관련해 사스에 감염된 토론토 주민 1명이 지난 주 국명을 밝힐 수 없는 한 나라를 방문해 이 곳에서 5명을 감염시켰다고 밝혔다.

캐나다 당국은 그러나 WHO가 토론토를 여행금지 지역에 추가한 것은 "무책임하고 유감스런 과잉반응"이라고 반발하면서 WHO측에 공식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HO 집계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총 16명이 사망하고 324명이 사스 추정 또는 의심 환자로 분류돼 비(非)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는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총 2천350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 107명이 사망했으며, 홍콩에서는 1천458건에 10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당국은 사스가 통제불능 상태로 확산되자 사스 의심 환자를 격리하고 잠재적 감염위험이 있는 건물을 봉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24일부터 2주간 초.중.고교에 대한 휴교령을 내려 170만명의 학생들이 영향을 받게 됐다.

WHO 관계자들은 치사율 6%에 접근하고 있는 사스가 독감처럼 항구적인 인간 질환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면서, 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사율이 사스보다 낮은 독감이 매년 25만명 가량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스가 항구적 질환으로 발전하게 되면 참혹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헤이먼 박사는 "우리는 아직도 사스를 (일부지역에 국한된) 풍토병으로 저지할수 있는지 여부를 모른다"면서 사스 확산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령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WHO의 권고에 따라 각국이 잇따라 자국민들에게 베이징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역시 4단계의 여행 위험정보 중 가장 낮은 '충분한주의'에서 '여행연기 권고'로 한단계 높여 발표하고, 베이징주재 일본대사관에 비자(사증)신청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병원 진찰증 또 비감염 증명서를 체출토록 요청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명보(明報)는 "중국에 있는 각국의 외교공관이 중국인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고있으며 이런 상황이 짧은 시간안에 정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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