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말라 AP.AFP=연합뉴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내정자가 23일 새 정부 조각에 전격 합의, 미국 주도의 중동평화안이 실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은 작년에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유엔 등과 함께 3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분쟁을 종식하고 오는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단계적으로 수립해가는 것을 골자로 한 중동평화 '로드맵'을 마련했으나,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며 압바스 총리 정부 출범 이후로 발표를 미뤄왔다.

부시행정부는 이날 압바스 총리내정자와 함께 일하길 고대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새 정부 조각 합의를 적극 환영하고, 팔레스타인 의회가 조각안을 승인하는대로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의회는 오는 27일이나 28일께 소집돼 조각안을 승인할 계획이다.

아라파트 수반과 압바스 총리는 이날 조각명단 발표 시한을 7시간 앞두고 아라파트측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 민병대 단속 등을 비롯한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와 신변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안보문제에 대한 압바스측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압바스 내정자가 제시한 모하메드 다흘란 전(前) 가자지구 사령관의 입각 등을 반대하며 조각 결정을 수일째 지연시켜 권력투쟁 양상을 보여왔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압바스 내정자는 총리 겸 내무장관으로서 치안문제와 국정을 장악하게 됐으며, 이는 대(對)이스라엘 봉기를 '실수'(mistake)로 지칭해온 그가 테러를 저질러온 민병대를 단속하고 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차단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논란의 초점이 돼온 다흘란은 원안대로 치안담당 국무장관에 기용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대신 총리 휘하의 치안 경찰병력을 제외한 다른 치안기구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게될 것으로 전해졌다.

새 내각에서 나빌 샤스 대외협력장관은 외무장관에, 살람 파이드 재무장관은 유임됐으며, 팔레스타인의 대외협상을 맡아온 사에브 에레카트는 관광 또는 교통부 장관이나 무임소 장관을 맡게될 것으로 알렸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조각 합의에 대해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신중한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에후드 올메르트 산업무역장관은 CNN 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새정부는 테러와 맞서 싸울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동평화 로드맵에는 재고돼야만 할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압바스 정부가 출범하는대로 중동평화 로드맵이 발표되고 모든 당사자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양측의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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