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으로 오시면 율길농원으로 놀러오세요~!”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는 ‘율길농원’이 있다. 율길리는 예전부터 여름과 가을의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 포도향이 우수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런 축복받은 땅에 터를 잡은 ‘율길농원’의 송석주(26)대표를 만나봤다.

# 내 사랑 포도

송석주 대표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여느 학생처럼 일반 직장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니 꿈이라기보다는 서울에 가면 왠지 멋있어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좀 더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송 대표는 “내가 냉정히 뭘 할 수 있고, 나중에 과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그렇게 해서 당시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업대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반대가 있었다. 평생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아들만은 졸업하고 도시 쪽으로 나가 직장인이 되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지금은 잘 선택했다”며 “응원해 주시고 힘을 주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당시 친구들이 농업대 간다고 이상하게 보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 친구들은 지금의 나를 부러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 힘들 때가 많다”며 “나 역시 바쁠 때는 일도 많이 하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겨울에도 마음껏 여행도 갈 수 있다. 무엇보다 난 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송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다. 아버지의 권유도 권유지만,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사실 농업이라는 게 영농기반이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포도의 생산면적 2만8천여㎡(8천500여 평). 송 대표는 “아버지께서 차려놓으신 밥상에 그냥 숟가락만 놔뒀을 뿐”이라며 “일을 하면서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버지와의 상호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

물론 젊은 나이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의견 다툼도 있었다.

송 대표는 “현장실습을 나가면 새롭게 배웠던 걸 하고 싶은데 아버지께서는 예전에 해 왔던 방식이 있으니까 부딪치는 게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와 상호 협력하면서 하는 중이다. 오히려 그것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율길농원은 직거래로 판매하다 보니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송 대표는 “예전에는 동네 친구들이 쳐다볼까봐 가게 앞에 나가서 포도를 팔지도 못했다”며 “지금은 손님들이랑 장난도 치고 맞장구까지 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를 점점 변화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젊은 나이에 일을 하다 보니 고객들과 몇 번 시비가 붙은 적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깎아 달라고 하거나, 술을 마시고 와 가게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최 대표에게는 그들도 똑같은 소중한 손님이다. 최 대표는 “모든 걸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하니까 오히려 그런 분들이 더 단골손님으로 오신다”고 말했다.

포도농사가 조금 한가할 때쯤이면 여자친구를 만난다.
사랑과 일 중 하나만 택하라면? 그는 “사랑을 하면서 일을 할 것”이라며 “사랑을 하려면 또 돈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이 시골이라서 별로 돈 쓸 일도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송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작년 같은 경우는 포도를 다 팔았는데 그때보다 아직 좀 늦게 팔아가는 중”이라며 “예전에는 10㎏ 사가기도 하면 이제 5㎏ 사가는 걸 보면 예전보다 씀씀이가 작아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 율길농원의 관광농업화
 
율길농원의 주 작목은 ‘캠벨얼리’라는 포도 품종이다. 캠벨얼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선호하는 품종이다. 또 이곳 율길리 지역은 여름, 가을에도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 포도의 당도와 향이 우수하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옆 동네가 가격이 더 싸도 이곳으로 오신다”며 “그분들이 ‘맛있다, 이거 먹다가 다른 거 못 먹겠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율길농원이 포도만으로 손님이 찾는 것은 아니다. 농원은 언제든지 손님들이 찾아오게끔 쉬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현재 황토방, 정자, 연못, 낚시터, 정원 등이 그것이다. 송 대표는 “단골손님들은 놀다가, 쉬었다가, 주무시다가 가신다”며 “앞으로의 꿈은 현재의 이곳을 직거래보다 관광농업 쪽으로 더 크게 꾸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수도권의 많은 손님이 찾아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는 “포도 삼겹살, 포도 갈비 등을 해볼 생각”이라며 “길게 봐서 6~7년 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포부를 말했다.

율길농원은 직접 오기 힘든 손님들을 위해서 얼마 전 홈페이지(www.podofarm.co.kr)를 개설했다. 아직까지 많은 방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 창출을 위한 송 대표의 아이디어다. 그는 “농업도 마케팅이 중요하다”며 “널리 홍보가 돼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의 좌우명은 ‘노력하면 된다’다. 송 대표는 “물론 안 되는 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노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포도만큼은 노력하면 다 되더라”고 했다.
송 대표에게 예비 농업인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일단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될 것”이라며 “젊은 나이에 과수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부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떠나기 전 한마디한다. “가평으로 놀러오시면 꼭 율길농원으로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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