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오늘의 날을 있게 했고, 내일을 준비하게 한다.”
예로부터 ‘돼지’는 복의 의미를 지녔다. 저금통 모양도 대부분 돼지 모양이고, 돼지꿈을 꾸면 복권에 당첨된다는 말도 있다. 그 돼지 3천600여 마리와 함께 하고 있는 ‘피그파크’의 김지동(28)대표를 만나봤다.

 # 돼지는 천생연분

현재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3만3천여㎡(1만여 평) 면적에 3천600여 두 돼지와 함께 하고 있는 ‘피그파크’의 김지동 대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돼지와 함께 하며 자라왔다. 부모님이 35년 전부터 돼지와 소목장을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5년 남짓. 그는 “남들은 직업을 찾고 선택을 한다지만 전 당연히 이것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며 “어쩔 수 없는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은 남들이 보기에 젊은 농업인에 불과하지만 경영상 노련미도 상당하다. 과거에는 돼지가 180일령 이상은 키워야 육질이 제대로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육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간이 아니라

   
 
종돈(씨돼지)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돼지의 회전을 단축시킨다”며 “우리는 출하일령을 평균 160일로 잡는다. 그것은 사료비 절감, 인력 절감 등 경영상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축산폐수도 줄어들고, 자본회전력도 빠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가장 내세우는 것은 ‘청결’이다.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이다. 그는 “아버지 때부터 청결을 가장 중시해 왔다”며 “그렇지 않으면 좋은 돼지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취미가 없다. TV도 안 본 지 오래다. 그럴 여유가 없다. 아직은 오로지 돼지 생각뿐이다.”
돼지 키우는 것 외에는 다른 취미가 없다는 김지동 대표. 그는 “TV 안 본 지가 3년이다. 다른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며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고 해야 나중에 값진 결과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돼지로 보는 사람한테는 돼지로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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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초기에는 목장에 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PMWS)이라는 병이 돌면서 당시 1천여 두 이상이 폐사해 목장을 닫기 직전까지 갔었다. 또 그 후 2005년에는 농장에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나면서 자돈사 396.69㎡(120평) 전체가 다 타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는 정말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하지만 세상 일 쉬운 게 어디 있겠느냐. 힘들어도 내가 할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 농장이 기반을 잡혀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사정이 좀 나아졌다는 그는 “20억 원이면 큰 액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규모에 비해서 많은 것은 아니다”며 “경영비로 다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은 좀 부족하다. 올해는 25억 원 정도로 매출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가끔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부럽기도 하다. 자신이 ‘우물 안에 개구리’는 아닌지 가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곳은 반복되는 일상이라 지겹고 답답할 것 같다”며 “그렇게 회사 다니고 출퇴근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재는 꿈을 키우는 중

김 대표는 2004년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를 다녔지만 나 스스로도 부족함을 느꼈다”며 “뭔가 더 채우고 싶은 마음에 학교를 편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앞으로의 큰 꿈은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농장의 내실을 다지고 효율적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김지동 대표의 아버지부터 30여 년 동안 지금의 돼지 3천600여 두를 만들기까지는 약 40억 원이 투자됐다. 그만큼 순간에 의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에 부합되는 끈기와 노력도 필요하고 자본도 필요하다.
그는 “밤이나 낮이나 오로지 이곳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쉬운 게 아니다”라며 “정말 하고 싶다면 다른 농장에 취직도 해서 경험을 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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