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다 해도 유가 상승, 곡물가 상승, FTA, 질병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힘들 때가 많은 것이 양계업입니다. 기술과 시설 규모로 경쟁력을 갖춰 잘 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양계업에 종사하고 있는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 보개농장 김윤성(26)대표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계농과는 차원이 다르다.

  # 아버지 가업을 이어받아 일취월장 성장

   
 

김 대표가 양계업에 뛰어든 것은 아버지 김명호(51)씨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닭을 키우며 농장을 운영하던 모습을 어릴 때부터 지켜보던 김 대표는 가업을 이어받아 자연스레 농장 경영과 닭 산업에 대한 꿈을 하나하나 키워 간다.

김 대표는 태어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안성시 가사동에서 유창계사로 5만 마리의 닭을 키우던 아버지를 도와 양계를 시작했다. 당시 유창계사는 재래식 계사라 일손이 부족해 간간이 농장일을 하게 됐다. 아버지가 고교 1년 때 다른 곳에 농장을 늘렸지만 IMF시기라 성공하지 못했다.
가사동 농장을 정리하고 신협에 대출받아 지금의 농장으로 옮겨 좋은 설비와 시설을 갖췄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무창계사’를 설치했다. 빚을 내 유럽과 미국 등에서 개발한 자동화된 양계 시스템인 ‘무창계사’를 들여왔으나 우리 현실과 맞지 않았다. 먼저 무창계사의 단점을 개량했다. 무창계사는 여름철 정전사고로 인한 대량 폐사, 과도한 사육밀도, 계분의 적정처리 부재로 인한 질병 발생 급증 등 생산성이 낮아 업계가 풀어야 할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를 도와 계사 내 온·습도 측정기, 음수량 측정장치와 사료 이송센서 및 환풍기 자동제어장치를 설치하고 컴퓨터와 연결했다. 닭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사료섭취량을 줄였고, 노동력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어 인건비를 아낄 수 있었다. 생산코스트가 낮아지면서 가격경쟁력도 찾았다.

한농대 1학년 때 우리나라에 첫 조류독감이 터졌다.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닭 소비가 80%나 줄었다. 김 대표는 “우리도 국내 굴지의 체리부로에 위탁했는데 이 회사가 부도나 수수료를 1년이나 늦게 받아 자금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2년 후 겨울에만 발병하던 조류독감이 4월 말 안성에서 발생했다”며 “출하를 앞둔 닭이 이동제한이 걸렸지만 일주일간 샘플검사와 검역관의 통제 하에 무사히 출하할 수 있었다”고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2004년 마니커에 위탁할 때만 해도 연간 9만 마리 수준에서 현재는 병아리를 입식한 지 30~35일 만에 1.5~1.8㎏로 키워 15만 마리를 한꺼번에 출하하는 등 연간 90만 마리 생산 규모로 시설을 늘렸다.

김 대표는 “조류독감이다, 뉴캐슬병이다, 항생제 잔류량이 많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양계농가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육질의 닭을 생산하겠다는 각오로 양계업에 모든 꿈과 희망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 최첨단 시설로 쾌적한 사육 환경

닭, 소, 돼지를 키우는 축사는 전통적으로 비위생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보개농장은 닭의 사육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있다. 호흡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리당 면적을 넓혔으며, 쿨링패드 등 복합환기 방법을 적용했다.
동시에 최첨단 분진포집시설을 설치해 닭털의 75% 이상을 포집하면서 계사 주변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한 퇴비처리장과 자체 폐수처리시설을 갖춰 물을 모두 정화해 배출하는 등 환경 보호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보개농장의 가장 뛰어난 점은 무엇보다도 최첨단 시설이다. 지금의 시설을 갖추는 데 무려 수십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의 지원도 전무한 상태에서 가로 100m, 세로 20m의 대형 무창계사 4개 동을 세웠다. 온도, 사료 공급, 물 공급 등을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한다.

 # 안정적 시장 개척에 성공

   
 

그는 가격과 시세가 불안전한 국내 육계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사료부터 다른 양계농과는 다른 친환경적 발효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김 대표의 소신이자 철학이다.

국내 양계산업은 계열화 비율이 높은데 경기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 대표의 성공사례는 무엇보다 개인 양계농가들이 협소한 시장과 열악한 경영 여건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양계업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업계 내부에서 협회 고시가격으로 닭 출하가격이 결정되고 농가수익이 출하시점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좌우되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닭고기 유통업체인 마니커에 좋은 닭을 위탁 공급해 가격결정 과정에서 불리함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유통과 판매망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이제 농업과 농업인들은 기존 고정관념과 틀에서 벗어나 생산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작목과 업종을 떠나 모든 농업인들의 고민은 가격 폭락으로 인한 불안에 기인하는 측면이 큰데 양계농들의 경우 유기축산 도입·확산을 통해 소득 창출과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과와 결실에 만족하지 않고 닭 생산 확대와 장기적인 농업 비전을 찾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농대 축산과를 나와 농장 경영과 사업 외에도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한경대 식품생명공학과에 편입했다.

   
 
김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농업과 농촌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삶의 기반을 옮겨 가거나 농업을 포기하는 젊은 농업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업은 적절한 아이디어와 투자, 체계화된 경영모델이 접목될 경우 어느 직종, 어느 분야보다 유망하고 매력 있는 분야”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계장을 운영하고 사업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막막함과 두려움이 앞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고 초기에는 어려움과 좌절도 많았다”며 “닭의 품질이나 상품성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값이 결정돼 실익이 적은 데 실망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은 일반적으로 성장성과 전망이 낮은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편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농업인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연구개발과 관련 지식 습득을 통한 전문성 강화와 경쟁력 확보, 적절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어느 분야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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