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풀장이나 유원지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전염돼왔던 아폴로 눈병에 예방 또는 치료 의약품이 없다는 것은 선진국형 예방의학으로 진료를 펼치는 우리나라로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의료계의 현실을 드러낸 셈이다. 아폴로 눈병은 안과치료를 받든 안받든 간에 완치기간이 약 1개월이라고 흔히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했던 눈병이 올해는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돼 전국의 수많은 초·중·고교를 휴교사태로 몰아넣은 가운데 11일 국립보건원은 아폴로 눈병(급성출혈성결막염)의 원인병원체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한다. 아폴로 눈병 환자의 안과 검체를 수거, 유전자 검사와 염기서열 정밀분석 등을 실시한 결과 엔터로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콕사키 바이러스 A24형'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와 같이 감염 확률이 높고 누구나 감염되면 통증에 못이겨 안과병원을 찾아야하는 이 눈병에 대해 예방백신이나 치료 의약품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의료계는 질병이 발병돼야 치료를 하는 후진국형인 임상의학에서 벗어나 대학병원의 증가추세와 함께 선진국수준으로 예방의학에 관심을 돌려 직업병은 물론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의료인 및 보건 당국은 국내 의학수준을 끌어올려 왔다. 하지만 계절적 질병으로 쉽게 감염이 되는 눈병을 국내 의료진 또는 보건당국은 그 동안 무관심해 왔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휴교사태까지 빚어지자 뒤늦게 원인병원체를 확인하는 것은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보건행정임을 재확인한 결과다. 특히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의약분업 등 수년동안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를 하는 등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어왔다. 안정기로 접어든 의료계가 앞으로는 환자들을 마치 밥그릇에 놓인 음식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순수한 의료인으로 발돋움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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