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정과 올해 안에 체결이 예상되는 한미 FTA 협상 등 거센 개방의 파고에 싼값을 무기로 한 외국산 농산물이 우리 가정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만을 내세우며 민족 감성에 호소하기에는 이미 국내 농산물 시장은 외국산에 ‘무장해제’된 상태다. 바야흐로 한국 농업은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경기도 농정국은 김문수 지사 취임 후 농업의 산업·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보는 경기도 농정국과 함께 매달 ‘연중기획-위기의 대한민국 농업, 경기도 산업·명품화로 세계와 경쟁한다’를 집중 조명, 한국 농업의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선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역사를 고찰해 보면 1614년(광해군 6년) 이수광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

   
 
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峰類設)은 고추를 일본에서 온 겨자라는 뜻으로 ‘왜겨자(倭芥子)’라 불리었다고 주석을 달아 그 이전에 들어왔음을 추정할 수 있고, 조선개화사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우리 민족을 독살키 위해 가져왔으나 우리 민족의 체질에 맞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임진왜란 무렵에 고추가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고추의 역사는 400여 년으로 짧지만 우리 식문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와 양념으로 다양한 쓰임새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추를 원료로 한 고춧가루는 우리 식문화에 중요한 양념으로 사용되지만 전문가들도 좋은 품질의 국산 고춧가루를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아 원산지를 속이거나 불량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춧가루 시장의 특성에도 최고 품질의 원재료만을 고집하며 다양한 포장용기를 채택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있다.

이천에 소재한 ㈜영양F&S사(www.sunvillage.co.kr)는 1999년 1월 창업 이후 햇님마을 브랜드를 개발, 생산하면서 2006년 HACCP 수준의 청결 공장을 건설해 지난해 10월 HACCP업체로 지정받았고, 선물용·지퍼백 고춧가루 등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농산물도 청결이 경쟁력

㈜영양F&S는 우리 농산물을 산지 생산자와 직거래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에 맞춰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농산물 전문 유통회사다. 현재 고품질의 고춧가루와 볶음참깨, 참기름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전분가루, 찹쌀가루 등으로 점차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2006년에는 HACCP 수준의 청결 공장을 건립하면서 고춧가루 가공업체들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특히 자동화 라인을 갖춘 공장과 창고동에는 최적의 온도로 원재료를 관리하는 냉장설비를 비롯해 위생모자·가운·신발 등을 착용하고 손 세척, 에어커튼 등의 살균 과정을 통과해야만 하는 완벽한 위생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건고추 선별대, 건고추 이송 컨베이어, 초파기, 에어브러시 세척기, 쇳가루 제거기, 다용도 혼합기, 정량포장설비로 이뤄진 자동화 라인은 인력 투입을 최대로 억제하면서 생산성을 높여 연간 600t 규모의 고춧가루를 생산해 내고 있다.

이와 함께 볶음참깨도 참깨세척설비, 참깨볶음설비, 먼지·돌맹이류 이물질 제거기, 정량포장설비 등으로 라인을 구성해 연간 500t을 생산 중이다.

이처럼 완벽한 생산 관리는 대형 유통업체에도 정평이 나 있어 현대백화점, 그랜드백화점 등 15개 백화점을 비롯해 삼성테스코, 롯데마트, 코스트코 등 150개의 대형 할인점, 롯데슈퍼 등 140개의 슈퍼 등에 납품되고 있다.

   
 

 # 고품질은 기본, 고객 눈높이 맞춘 신제품 속속 개발

㈜영양F&S는 1999년 창사 이후 판로 개척과 함께 신제품 출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2000년 기타큐슈국제식품박람회, 2001년 도쿄국제식품박람회, 2002년 서울 COEX국제식품전시회, 2002년 AT center식품전시회 등에 꾸준히 출품·참가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품 개발을 연구했고, 선진 마케팅 및 디자인 기술 습득에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은 2002년 햇님마을이라는 자체 브랜드 개발로 이어졌고 국내 고춧가루 가공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영양F&S는 최근 단순한 고춧가루의 개념을 탈피, 앞으로는 천연조미료 시장이 커지리라는 자체 분석에 따라 쌀가루, 마늘가루 등 천연조미료의 상품화 및 시장 선점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PMA식품전시회 출품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태세다.

㈜영양F&S는 올해도 국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생산품목을 다변화해 국내 최고의 천연조미료종합회사, 농산물유통회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영양F&S 이동환 대표 인터뷰
   
 

현재 농산물 가공업계의 추세는 급변하고 있다. 각국의 FTA를 속속 체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상품 개발, 시장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해외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업계에서 구매지수가 높은 상품들은 공통적으로 고품질은 기본이며 상품 개발과 색다른 디자인, 기능성 포장용기 개발 등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다음은 ㈜영양F&S 이동환 대표와의 일문일답.
-왜 농산물 가공제품 중 고춧가루에 승부를 걸었나.
▶대부분의 농산물은 단 하루만 지나도 품질이 떨어지는데 고춧가루는 유통기간이 길며 가격도 고부가가치에 속한다. 이에 따라 창업 초기부터 최고의 고춧가루를 고집했고 원재료로 경북 영양고추만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알아볼 수 있는 소비자는 매우 드믈다. 고춧가루 유통산업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성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시스템화하기 위해 HACCP를 도입했고 각종 인증제도를 활용해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제품의 상품성도 중요하지만 판로 개척도 중요한데.
▶최근 들어 국내 농산물 가격은 소비량이 많은 대형 마트에서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특히 근래에는 중국의 멜라민 파동, 광우병 파동 등으로 유기농산물의 소비가 상승했고, 일반인들도 이에 편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고품질의 농산물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영양F&S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영양F&S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창업 초기부터 실천하고 있어 백화점, 대형 마트, SSM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단체급식업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중국 FTA가 곧 체결되면 고춧가루 가공시장도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품이 하나 개발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산 고춧가루는 수입산과 다르다. 빛깔과 매운맛을 어느 정도 흉내낼 수는 있어도 우리 고추 특유의 혀끝에서 느끼는 차진 맛은 흉내낼 수 없다.

현재에도 일부 식품의 경우 우리 고추보다 캡사이신이 200배 높은 멕시코산 고춧가루가 사용되고 있지만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국산 고추의 질감 안에 담긴 매운맛에는 우리 입맛에 맞는 성분이 충분해 품질 개량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소비처는 꾸준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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