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여름의 무기력함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도전해 볼 때다. 무엇보다 가을은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 곡식을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가듯 머릿속엔 지식을, 가슴엔 풍부한 감성을 키워갈 가장 좋은 시기라 할 수 있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08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여가 활용시 독서의 비중은 초등학생 3위, 중학생 6위, 고등학생 9위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각종 시각매체가 발달하면서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해 미국예술진흥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7세 청소년의 경우 ‘교과서와 관계없는 책은 전혀 읽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이 1984년 9%에서 2004년 1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서평지가 전국 26개 중·고등학생 6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독서문화’ 결과도 흥미롭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40%가 ‘시험공부’ 때문이라 응답했고 그 다음으로 인터넷(17.1%), 잡념(16.7%), TV(12.4%), 학원수업(9%) 순으로 꼽았다. 이들이 말하는 잡념의 대부분이 진로와 이성문제라니, 넓게 보면 시험공부나 잡념, 학원수업 모두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결국 60%가 넘는 청소년들이 입시제도에 갇혀 책을 못 읽고 있는 실정이다.

독서와 글쓰기도 대부분 사교육 시장에 맡겨져 요즘 학생들은 시험이나 과제물과 연관되지 않으면 좀처럼 책 읽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중간고사로 중·고생 대부분이 교과서와 학원 교재에 매달려 있겠지만, 잠시라도 책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권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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