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옛부터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에 비유됐다. 가을에는 탐스럽고 샛노란 국화꽃을 피우는 황국단풍(黃菊丹楓)이 으뜸으로 여겨진다.
국화는 오랜 재배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 친숙한 작목이며, 삽목번식이 매우 용이해 처음 화훼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작물이다. 화려한 스프레이 국화(Spray mum)의 등장으로 이제 국화도 조사용(弔事用)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재배량이 계속 신장추세에 있다.

   
 

최근 육묘 전문업체가 등장하고 시설이 개선되면서 국화 재배는 보다 쉬워지며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아네모네형의 스프레이 국화를 위주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 시장 여건은 양호하다.
우선 스프레이 국화를 들 수 있다.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워서 출하하는 국화로서 곁봉오리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므로 생력화 재배가 가능하다. 여러 가지 화형을 가지고 있으며 다륜국, 일경 다화성 등으로도 칭한다. 이 밖에 대국으로 우근, 동과 그리고 소국으로 신구2호, 은하수 등이 있다.

다양한 품종의 국화 재배만이 농사가 아니다. 이제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그 방안 중 하나가 작품국화 생산이다. 지금까지 생산한 작품은 전시회에 다량 출품됐으며, 서울랜드나 에버랜드 같은 위락단지 및 국내 유명 백화점 행사에 많은 수의 작품이 인기리에 보급되고 있다.

 # 국화 백화점으로 명성 자자

“농업으로 성공하려면 정직한 상품만을 만든다는 신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알고 시장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합니다.”
광주시 퇴촌면 정지2리 경안천 건너편 야트막한 곳에 4-H깃발이 휘날리며 국화로 장식된 돌고래, 기린 등 각종 토피어리와 다륜대작, 스프레이 국화를 비롯한 소국종을 재배하고 있는 4-H 꽃농원이 있다. 이 농장 함언식(38)대표는 FTA의 물결을 역경이라고 여기지 않고 국화를 소득작목으로 꿋꿋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하소연하는 함 대표는 국화 등 생활원예 분야의 전문가로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이날 광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원예특강을 마친 뒤 만날 수가 있었다. 함 대표의 농원은 지난 1994년부터 4천300㎡의 하우스동에서 다양한 종류의 국화를 재배하고 있는 국화 백화점격 농원으로 이름 높다.

“광주중앙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셨어요. 뜰 앞에 많이 심었죠. 고교 때 여러 전공 중 국화에 매료돼 고1 때부터 전시해 지금까지 약 20년 된 것 같아요. 군대가서도 했어요. 17사단 헌병대에 있었는데 전국전시회에 출품한 적도 있습니다.”
국화란 품종을 마주하고 한없는 매력에 전시회에 참가하고 찾아다니기에 약 20년의 시간을 보냈다는 함 대표.
“전국국화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타고 장려상도 많이 탔죠. 지금도 젊지만 그때는 경기도나 중앙대회에 나가면 수상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또래에 이렇게 해가지고 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없었어요. 국화를 돈이 되니까 하는 사람은 있어도 좋아서 어렸을 때부터 하는 사람은 없어요. 국화를 전시에 내고 안 내고를 떠나 안 내도 취미로 기를 겁니다.”

 # 토피어리로 차별화, 애버랜드 등에 납품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자르고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드는 기술 또는 작품을 토피어리라 한다. 로마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한 정원사가 자신이 만든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 이니셜 토피아(topia)를 새겨 넣은 데서 유래했다.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여러 가지 동물 모형으로 보기 좋게 만든 작품 또는 인공적으로 다듬거나 자르는 기술을 일컫는다.

17~18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는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토피어리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장식품으로 널리 이용됐다.
“토피어리 자격증은 한 4년 됐는데 그때 안거죠. 토피어리를 하기 위해선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전부 다 모방만 하게 되거든요. 끊임없이 구상한 작품을 만들고 창작품도 많이 만들었죠. 에버랜드 등 기업체, 관공서에 다양하게 작품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습니다.”
함 대표는 “농민 혼자서는 사실상 영농기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 등 유관기관이나 선진 농장 등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민들이 생산한 고품질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대표는 “나보다 기술력이 좋은 농장을 찾아 벤치마킹을 실시하는 등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으면 판매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제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비 절감 및 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좋은 국화를 생산하는 초석이 됐다”며 “더욱 노력해 국화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노력한 자에게는 분명히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 농촌을 지키는 영원한 4-H맨

함 대표는 국내 농업은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고 단언했다. 국내 농업은 산업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농업을 그냥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데 농업에는 미개척 분야가 너무 많아 잘만 하면 승부를 걸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농업을 시작하면 낭패보기 쉽다고 말한다. 묵묵히 땀을 흘려야 보상이 돌아오는 게 농업인 만큼 처음부터 황금빛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함 대표는 “국화 재배를 위해 하우스 건립에 들어간 돈이 수억 원 되는데 그 돈으로 땅을 샀으면 더 큰 돈을 벌었겠지만 그런 자세로 농업을 하려면 농촌을 떠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들과 함께 농촌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혼자 잘 살겠다고 농업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늘 ‘좋은 것은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란 신념의 4-H이념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영원한 4-H맨이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