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범 경기본사

【오산】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는다는 의미의 ‘연수(硏修)’.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수들이 말만 그럴듯하고 실상은 ‘관광’이나 ‘유흥’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산시 역시 이런 지자체 중 하나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최근 실시한 ‘2009 오산시 통장단 연수’ 이후 참가했던 일부 통장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면서 연수 일정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마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연수 일정이 통장들의 직무교육보다 ‘단합대회’ 성격이 짙다 보니 속된 말로 ‘놀고 먹자 판’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일부 통장 중 한 사람은 교육도 받지 않은 채 통장들의 뒤풀이를 위해 현지 횟집을 물색하고 다녔다고 했다. 또 어떤 통장은 일과 후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보다 ‘체계적인 분임토의’ 시간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해 사실상 ‘오산시가 마련해 준 통장 단합대회’였던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오산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굳이 부인하려고 하는 입장은 아닌 듯싶다. 자치행정과 측은 “통장들이 미성년자도 아닌데 일일이 어떻게 통제하느냐”고 말한 대목에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는 수천만 원의 시민 혈세를 통장들의 단합대회에 매년 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사실을 오산지역 주민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 있다면 “잘했다”고 박수쳐 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이번 연수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대원동 주민센터’의 책자 발간이다. ‘2009 오산시 통장단 연수를 다녀와서…’라는 제목으로 발행된 책자는 대원동 통장들의 수필 형식의 수기가 담겨져 있다. 대원동 주민센터가 직접 나서서 통장단 연수에 참여했던 통장들에게 연수 후의 소감을 제출하기를 권하면서 만들어진 책이다. 대원동 주민센터의 책자 발간은 그래서 200여 명의 통장들이 참여한 이번 통장단 연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원동 주민센터의 이런 작은 노력은 내년 통장단 연수가 내실 있는 교육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자를 읽어 본 대다수 시민들과 공직자들까지 “대원동 주민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센터도 연수를 단합대회로 끝내지 말고 향후 개선 방안과 참여 소감 등을 담은 ‘후기’를 만들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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