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양의 계란들이 일제히 쏟아지지만 컨베이어 벨트가 모든 일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계란은 사람 손이 탈수록 오염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자동화시스템을 이용하면 좀 더 위생적인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번에는 계란들이 선별·세척 과정을 거치게 되고 자외선과 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난각살균 시스템을 통해 위생과 안전면에서 수준을 한층 더 향상시키고 있다. 계란 껍질에는 이물질이 묻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살균이나 소독 과정을 거치면 위생적으로 유통돼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공급된다.

   
 

계란 한 알까지 품질과 위생을 생각하는 노력. 이런 노력들은 안전하고 좋은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양계농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첨단 양계사육시스템을 도입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주시 은현면 운암리에 위치한 ‘부영농장’ 오한철(23)대표를 만났다.
한눈에 봐도 깔끔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고등학생처럼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오 대표가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온다. 오 대표를 만나 ‘부영농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가업 잇기 위해 한국농업대학 진학

오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농장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고교 졸업 후 한국농업대학에 들어간 오 대표는 2007년 한농대 축산학과 9기생으로 졸업해 6년 정도 부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 대표에게 양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특별히 힘든 점은 없고 하면서 배우니까 즐겁다. 아버지를 도와 힘을 다해서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오전 8시에 일어나서 농장 일을 한다는 오 대표는 “일찍 일어나는 날은 오전 7시 정도 일어나요. 알방 청소하고 알 담고 쌓아 놓고 그 다음에 계사 들어가서 상황을 보며 기계에 이상 있나, 정리할 것이 있나 없나 보는 것이 하루 일과”라며 자동화시설의 편리함을 말했다.

   
 
가족끼리 농장 일을 한다는 오 대표는 “평상시는 모니터로 보고 청소할 때나 계사에 들어갑니다. 자동화센서가 물, 사료를 공급하고 실내 공기순환 조절용 팬의 속도, 온도를 맞추는 식이라 제가 할 일은 많이 없어요. 그래서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창이 없이 환기구 또는 환기장치를 이용한 닭 사육시설을 무창계사라고 한다.
1980년대 전후의 계사는 눈, 비, 바람을 막고 닭을 가두는 목적으로 건축돼 대부분 보온덮개를 이용해 간이적으로 지었으나 최근 양계업이 규모화·집약화되면서 닭의 유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최대 생산을 올릴 수 있도록 계사를 건축하고 있다.
닭에게 나쁜 환경을 차단하고 인위적으로 생활하기 좋은 공간으로 환경을 조성해 주며 선진국에서는 관리자나 인근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경 조절이 가능한 무창계사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산란계의 약 30%가 무창계사에서 사육되고 있다.

부영농장은 2만 마리의 닭이 하루 800판의 계란을 생산한다. 이 중 파란(상품성 가치가 떨어지는 계란)은 2% 남짓이고 특란(상품성 가치가 최고인 계란)은 60%나 된다. 오 대표는 다른 농장의 파란이 5~6%나 되는 이유를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질병도 대처하기 나름, 관리 철저가 지름길

   
 

부영농장에서는 계란을 가져가는 상인들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들어오지 않고 계란을 쌓아두면 수시로 가져간다고 한다. 소규모 상인부터 대형 상인까지 거래하는 오 대표는 “대형 마트 이런 데는 들어가지 못해요.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서요. 물량도 대주지를 못하고 농장에서 제값을 요구하면 다행인데 안 줘요, 그 사람들이요”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농장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 질병에 관한 대비책에 대해 “병은 자기가 관리하기 나름이에요. 병이 와도 약하게 지나가는 데 있고 세게 지나가는 곳이 있지만 관리를 잘 하면 약하게 지나가죠. 병은 언제나 오지만 관리를 못하는 사람들은 타격을 심하게 받고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약하게 받는 것이 차이에요. 그걸 잘 해야 승산이 있어요”라며 “다른 사람들은 우리 농장에 유행병이 돌아도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그냥 우리가 만약에 산란율이 5%, 10% 떨어졌다고 그러면 다른 집은 30%, 40%가 떨어진 거니까요”라고 농장 관리의 중요성을 나타냈다.

오 대표는 정부의 안일한 지원도 비판했다.

올해까지 8억 원을 투자해 무창계사로 바꾼 오 대표는 “이게 젊은 사람들은 워낙 자본이 많이 들어가니까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계사에 산란계 2만 수를 입식하고 기계설비비 이것저것하면 6억 원, 연간 닭 사료비 등등 하면 8억 원이 소요됩니다. 이거 못해요. 옛날 사람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못한다는 거 아니에요. 이거 보면 우습게 생각해요. 막상 투자해 보면 그게 아닙니다. 자금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인근에도 자금이 1억 원 들었네, 얼마 들었네, 그러는데 시설자금도 안 되요. 그런 자금 가지고는 괜히 빚만 되지 투자하려면 확실하게 밀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거든요. 처음에 할 때 시설을 하게끔 자금을 주면 되는데 섣불리 그렇게 하다 보면 자본이 모자라게 되고 담보에 빚을 지면 못 버텨요.”

  # 철저한 환경시설 관리로 민원 불식

오 대표의 아버지 오동민(53)씨는 충분한 준비와 자금을 마련하고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아들이 7천만 원 받았어요. 회사자본 7천만 원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작년 11월 무창계사 공사가 끝났는데, 현찰 4억 원을 들여 한 거에요. 축산은 자기자본이 한 80%는 돼야 해요. 그래야 살아남지 다른 돈 가지고는 헤어나오질 못해요”라며 초기에 영농자금으로 지원되는 액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부영농장의 한 달 매출은 8천만 원 정도 된다. 그 중 사료 값으로 매출액의 절반인 4천만 원이 들어가고 2천만 원은 닭 값에 그리고 500만 원은 전기료와 기계설비비, 난자비용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한 달에 1천500만 원 정도가 순 매출이익이 되는데 신농법을 들여 관리체계가 좋은 부영농장도 지금의 규모로는 많은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농장은 부영농장보다 관리와 시설이 많이 부족해 초기에 받은 운영자금으로는 빚만 더 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축산농장의 악취와 환경에 대해 오 대표는 “부영농장은 직접 관리하니까 여기 와 가지고 주민들한테 민원이 없어요. 계사 내에서 배출되는 분뇨와 기계설비의 기름 같은 것도 논으로 안 흘러들어 가게 완벽하게 하고 있다”며, 비가 오면 더 심각해지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가 오면 이 근처가 다 논 아니에요. 한 방울도 안 가요. 안 가도록 청소와 시설 점검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농장시설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 20만 수까지 늘려 부영농장의 규모를 키우고 싶다며 “지금처럼 소규모를 가지고는 경쟁력에서 뒤처져 안 되고 대량 생산을 해야 돼요”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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