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이 자라서 큰 열매를 맺는 걸 보고 ‘이것 참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제대 후 아버지를 도와주며 무턱대고 농사일을 시작했지만 생명이 커 가는 신비함에 빠져들어 농부의 길로 입문한 지 4년째, 친환경 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 다솜농장 김태경(28)대표를 만났다.

 # 내가 바로 친환경 농사꾼

   
 

토양을 배지(미생물이나 동식물의 조직배양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용액이나 고형분 상태로 조제한 것)로 하는 보통재배를 토경재배라고 한다.

보통은 수경재배(화학물질의 영양액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것)를 많이 하지만 토경재배를 하면서도 화학적인 비료와 정부에서 받은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봄 같은 경우에 철분이 많이 들어간 쑥이나 미나리를 자체적으로 발효시켜 쓴다는 김 대표는 “식물이나 나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애기를 낳고 피가 많이 부족할 때 철분량도 부족하다. 과채류 같은 경우 열매를 생산했을 때 철분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한약재를 골고루 섞은 다음 술처럼 담가 보약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초기생육에 질소량을 많이 줘서 빠르게 성장시키는 게 관행”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저는 그렇게 하기 이전에 처음부터 제가 만든 영양제를 줘서 초반에 굉장히 튼실하게 키운다. 그렇게 하고 나면 초기생육에는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중기나 장기로 갔을 때는 해충이나 기타 병에 대해서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영양을 주고, 토양관리는 낙엽이나 부엽토 아니면 부식토 같은 잘 발효된 퇴비를 땅에다 밑거름 형식으로 주고 밑거름의 양도 관행보다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 밑거름이 많으면 애들이 초반에 빨아들이는 양이 많으니까 처음에만 쫙 빨아들였다가 나중에는 이제 흔히 차려 놓은 밥상이 많으면 그쪽을 골라먹고 일을 좀 잘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초기에 퇴비의 양을 줄이고 부식토나 토착미생물이라고 해서 부엽토나 밭에 있는 그 흙에 있는 미생물을 자체로 배양시킨다. 그 배양된 미생물을 퇴비 대신 넣어준다. 퇴비의 양을 절반으로 줄일 때 낙엽이나 부식토 같은 것들을 넣어줌으로써 작물이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생각을 안 하고 거기에 있는 미생물들이 유기적인 역할을 하면서 관리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해충 같은 것은 기본약재도 있는데 제일 단편적인 예는 은행나무 잎을 엑기스로 만든 것이다. 벌레들이 은행나무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공격을 하지 못하며 그런 기피제로 나온 것들이 꽤 많이 있다. 성분을 가진 것들은 제춘국이나 아니면 디지털리스라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천연농약을 만드는 그런 자재들이 많이 있다. 그런 걸 이용해서 해충 방제를 하고 있고 기존의 있는 자재들은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필요한 자재들이라는 것.
김 대표가 밝히는 자신만의 친환경농법이다.

제초 관리는 풀을 베지 않는다고 한다. 풀을 베면 풀에서 살았던 모든 기생충이나 해충이 아니었던 것들이 해충이 돼서 작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주위에 풀이 많으면 오히려 먹을 게 많아 서식을 하지 결코 밭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적다는 한다. 그래서 이 방법을 올해 처음으로 도전해 본 김 대표는 하우스와 하우스 사이 고랑에 풀을 일부러 제거하지 않아 해충의 공격이 작년보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올 여름 양주를 중심으로 300㎜ 이상 폭우가 쏟아져 애지중지하며 키운 파프리카 농사를 망친 김 대표는 “새벽에 일어나 눈을 떴는데 이미 물에 잠겼다”며 “올해 가까운 일산 쪽에 주부님들을 상대로 힘들여 직거래를 할 수 있게 해 놨었는데 첫 수확하고 얼마 안 있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서 1천만~2천만 원 정도 손해 본 것 같다”고 폭우로 주작목인 파프리카의 피해와 어렵게 개척한 거래처를 잃은 것에 대해 씁쓸하게 웃었다.

파프리카 매출에 등락 폭이 심하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파프리카 재배 후 4년 동안 재작년에는 1억 원 넘게까지 했다가 작년에는 7천만 원 정도 했는데 인건비하고 생산비로 다 들어가니까 실질적으로 순수익은 15%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워낙 노동단가도 많이 올라가고 인건비도 많이 올랐으며 운임비용 오르고, 박스 값 오르고, 기타 자재비용 오르다 보니 실질적으로 생산단가는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생산비용이 오르다 보니 마진율이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몇십 년째 그대로여서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직거래나 유기농매장 같은 곳을 위주로 많이 판매하게 됐고 그렇게 하다 보면 소득이 내년부터는 두 배 이상은 오를 것 같다고 했다.

 # 새로운 도전

김 대표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었는데 첫 번째로 농업유통에 대해 길을 다시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농촌이 못살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농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배만 불려놨습니다. 자재를 하시는 분이나 농약하시는 분들 아니면 농산물 유통하시는 분들이나 가락시장 도매, 중매인들은 다 돈을 많이 벌었는데 정작 그걸 생산하는 농민들은 아직도 등에 짊어질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유통체계를 바꾸고 싶어요. 물론 저 혼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이제는 가톨릭농민회와 힘을 합쳐 직거래 등 유통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농민들이 살아갈 방법은 직거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저 혼자만 직거래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정말 안전한 농작물을 생산할 테니까 여러분도 믿고 한 번 애용해 달라”며 “소비자들과 이해관계에 대해 서로 맞춰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자신의 바람에 대해 말문을 연 김 대표는 “주위에 일반농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분들이 이제 왜 친환경농산물을 꼭 생산해야 되는지 인식을 바꿔 주는 동시에 소득에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친환경 마을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을 두 번을 다녀왔다는 김 대표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동체적으로 친환경적인 마을 같은 경우는 일본이 먼저 앞서가고 유통일 쪽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지산지수 운동이라고 해서 흔히 로컬푸드라고 한다. 지역생산물 농사는 지역에서 소비하게 하는 것들로 그쪽에서 먼저 했는데 우리나라가 나중에 신토불이라고 해서 농협에서도 나오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사기술은 우리 쪽이 아직 널리 전파되진 않았지만 기존에 하고 있는 분들의 노하우들이 일본에서 하고 있는 분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농업인들의 지식이 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농협에서 직접 직거래장터를 열어줘 농민들이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일본의 유통시스템이 부럽다는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농협에서 자기 물건을 팔려고 가지고 가는데도 안 받아주는 형편이다”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임에도 가락시장이나 하나로마트 중앙회 같은 곳에서 모든 도매물건을 가지고 오니까 직접 상대하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이 가장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대형 마트 위주, 깨끗하고 상처가 나지 않은 농산물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다소 모양새는 떨어지더라도 지역에서 생산되고 농민들이 어떻게 생산했는지에 대한 이력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에 농산물을 구입하는 일본인들의 대한 인식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우리나라도 농민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대표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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