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비리공천 배제와 개혁공천 등을 앞다퉈 다짐하던 여야가 막상 선거가 목전에 다가오자 꼼수를 부리다가 각계로부터 호된 질책과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한나라당은 국민공천배심원제, 민주당은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통해 표심잡기에 나서겠다고 천명했지만 선거도 치루기 전 이 같은 다짐을 무색케 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당내 분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요량으로 당규를 슬며시 개정해 비리 전력자의 공천 신청자격 기준을 낮춰 공천 신청의 문호를 넓혔고, 제1 야당인 민주당 또한 당선 가능이 높다는 이유로 오래전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던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복당 형식으로 영입하는 등 여야 공히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 당시 공천신청 자격 기준 문제로 논란을 몰고 왔던 쟁점 조항을 없앴다. 당규를 개정해 비리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공천 신청을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인 국민을 너무도 우습게 여긴 거만한 처사다. 흠이 있는 인사를 국민과 주민의 대표자로 내세우겠다는 안이한 마음가짐 자체가 무뢰한 같은 짓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면복권 된 인사까지 공직선거 공천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와 함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특히 시대의 맞지 않는 법규정 위반 등으로 억울하게 형을 선고받았던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규정의 준수를 요구하는 이유는 국민과 주민의 대표자가 돼 공무를 담임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국민에게도 지극히 상식적인 정서가 된 지 오래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이 같은 국민의 정서를 놓칠 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선거가 때면 여야를 막론하고 비리공천 배제와 개혁공천을 필승전략의 금과옥조로 여기며 앞다퉈 인용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당내 분란을 잠시 비켜볼 요량으로 그렇게도 다짐했던 절대원칙마저 내팽개쳤다. 다음 선거에서도 수권정당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이럴 순 없는 일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했으면 더 한 일이다. 오죽하면 2008년 총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우 전 지사의 영입과 관련해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라며 성명을 빌어 비판하고 나섰을까. 분명히 민주당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솔직히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있다면 한나라당보다 조금 나은(?) 도덕성밖에 더 있는가.
민주당이 다음 정권에서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인 정권을 창출코자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한나라당과 균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발판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내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유권자인 국민에게 도덕성과 개혁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얻고, 쌓아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각계의 질타에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되돌리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도덕성에 대한 이미지 확보는 당의 사활이 걸린 지키고 관리해야 할 중대한 사명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선거에서 크게 표심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당의 이미지를 규정짓는 민감성 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혁공천의 승패는 도덕성에 기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 민주 양당은 개혁공천만이 당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희망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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