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진 경기본사
 【안성】‘개판이다.’ 국어사전에는 개판을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해 엉망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그것도 지역을 대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임하는 지역 정가가 꼭 이러하다. 정치 발전을 옥죄어 왔던 상호 비방과 낡은 독단론들, 그리고 돈선거. 반드시 종식시켜야 할 구태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재현되고 있다.

현재 안성 지역은 전 시장의 비리 연루로 당선 무효돼 부시장이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3선 시장의 중도 하차로 무주공산이 돼 버린 시장 자리.
이를 계기로 불기 시작한 패권적 정당에 대한 심판론, 더욱이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없는 상태가 맞물려 과열·혼탁선거가 예견됐다.

예비후보등록과 함께 모두 11명이 저마다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이 확정되자 이번에는 탈당이 이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역을 발전시킬 유일한 당이라고 외쳤던, 다년간 몸담았던 그 당의 문을 저마다 박차고 나왔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대화와 타협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이들이 과연 저마다 쏟아 놓은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에는 당 공천과 관련해 금품이 오갔다며 모 당 위원장이 돈뭉치를 들고 검찰에 양심선언을 하고 나섰다. 결국 연루된 기초의원 후보가 구속됐고 관계자들의 소환과 단체장 후보에 대한 검찰소환이 예고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불·탈법, 과열·혼탁, 금품선거. 말 그대로 세 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돌아간다.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와 민주, 미래연합과 무소속 4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후보가 표심잡기에 한창이다.

선거 초부터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던 루머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궐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지방선거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막대한 시 재정을 집행하고, 인사권을 행사하고, 개별 사업의 인·허가하는 권한을 가진 우리의 대표를 뽑는 일이다.

우리를 대신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게 될 사람이 어떠한 이력으로 살아왔는지, 쏟아 놓은 공약은 실천 가능한 것인지, 잘 이행할 것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지역사회가 또 한 번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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