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혜욱(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0년 6월 2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최고의 화두는 ‘무상급식’이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학교에서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금전적 의미를 넘어 저소득층의 소외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정책이다.
과거 1970년대 이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사람은 학교에서 행한 가정환경조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선생님이 학급에서 학생들에게 ‘어머니 없는 사람 손들어’, ‘아버지 없는 사람 손들어’, ‘집에 전화 있는 사람 손들어’, ‘집에 TV 있는 사람 손들어’ 등과 같은 방식으로 가정환경을 조사하곤 했다. 아이들의 사생활과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과거에 비해 현재 아이들의 사생활과 인권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가정환경조사가 학급에서의 대면조사가 아닌 서면조사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저소득층 아이들의 사생활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그 아이들의 인권을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 당연히 시행해야 하는 정책인 것이다.

아이들을 소위 ‘일류’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소위 ‘특목고’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늦은 밤까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인권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진정한 부모는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TV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꿈을 가지려면 다른 학생들과 경쟁 혹은 비교의 대상이 될 뿐인 교육 현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는 아이들의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교육 현장에서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무상급식은 학교에서의 인권 보장의 첫걸음인 것이다.
UN에서 한 국가의 인권의 지표를 판단할 때 그 기준으로 ‘아동’의 인권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인권은 성폭력 등 중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고려되는 듯하다. 2009년과 2010년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위 ‘조두순 사건’과 ‘김길태 사건’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약취·유인, 성폭력, 상해 혹은 살인이라는 잔혹한 범죄 유형이었다. 이렇듯 강간, 중상해, 살해와 같은 중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에만 아동의 인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며 국가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아동 보호의 대책으로 제기한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피해아동을 피해로부터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 아동이 범죄피해자가 되는 경우 범죄피해가 개인의 성장과정과 성인이 돼서도 여러 가지의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극히 일부의 피해아동만이 피해로부터 벗어나 다시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 피해아동이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보호와 치료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성폭력 사건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학교폭력의 경우에도 심리상담 및 정신치료 등 피해학생이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은 거의 시행되고 있지 않다. 2008년 현재 학교폭력 피해 경험자는 전체 학생 774만여 명 중 16.8%인 130만여 명에 달하며 이 중 17%인 22만여 명이 심리·정신치료의 대상으로 진단되고 있다.

범죄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를 비롯한 사후 보호조치는 국가의 책임이며, 피해아동이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피해아동이 다시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이 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아동의 인권 보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피해아동을 위한 심리상담 및 정신치료를 담당하는 전문병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국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피해 아동을 위한 전문상담시설 및 치료시설의 설립은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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