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이 끝났다. 각국 대표 팀에서 빛나는 선수들은 별이 되어 수십억 세계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승부를 가리는 골을 넣은 선수는 영웅이 되었다.

축구는 내준 골보다 넣은 골이 많으면 이긴다. 경기를 보면서 우리 삶도 축구경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 눈에는 공격수가 중요한 선수로 각인되고 골키퍼는 역할에 비해 비중이 덜한 선수로 여겨진다. 그런데 골키퍼의 등번호는 고정된 1번이다. 중요하고 의미가 크고 탁월한 사항들에게는 1번을 준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물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순번이다. 골키퍼의 등번호가 1번인 것은 11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골키퍼에게 관심이 모아질 때는 팀의 수비가 뚫려 위기가 찾아왔을 때다. 그는 온 몸을 던져 상대방의 공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팀이 살 수 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는 초긴장으로 무장한다.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몸을 날려 팀을 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기습 슛이 들어왔을 때 빠른 상황판단으로 몸을 날려 공을 막아야 한다.
높이 2.44m, 넓이 7.32m. 축구 경기장의 넓이에 비하면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그는 절체절명의 고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다고 뛰고 있는 10명의 출전 선수 중 아무에게나 대신 줄 수도 없는 자리다. 경기가 끝나면 관중들은 냉정하다. 선방의 환호에 비해 실점의 비난은 집요하고 수위도 높다.
우리 인생에서도 실점의 타격은 크다. 골키퍼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애써 쌓아온 소중한  행복이 무너진다. 어떤 형태의 위기이든 막아내지 못했을 때는 허무하게 주저앉게 된다. 위기는 건강일 수도 있고 욕심이나 욕망일 수도 있고 명예나 재산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위기는 호시탐탐 실점시킬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했다. 우승의 영웅은 이케르 카시야스다. 스페인 국민의 열망을 이루게 해 준 골키퍼 카시야스는 단연코 돋보이는 수문장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을 것이다. 최강의 선수군으로 월드컵에서 항상 우승후보였지만 13번 출전에 4강 진출은 단 1회라는 불명예를 벗게 해 준 선수이기 때문이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네덜란드 팀의 슈팅을 모두 막아낸 그가 있었기에 스페인은 우승컵을 잡을 수 있었다. 카시야스는 최강의 선수들인 네덜란드 팀이 찬 8개의 슈팅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상대방의 공이 어떤 위치에서 날아오든 어떤 구도로 상대선수와 대적하든 그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골문을 지켰다.
우리와도 낯익은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 팀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아픈 경험을 할 만큼 했다.’는 그의 말 속에 실패를 경험한 이의 긍정이 담겨있어 가슴이 뭉클하다.
우리 사회는 성공과 업적만 중시하고 치적 이외의 것에는 시선이 차다. 그러나 성공 뒤에는 그들이 흘린 눈물과 위기에 대처하느라 입은 숱한 상처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축구경기는 골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실점이 더 많으면 게임에서 진다. 실점을 막아낼 충분한 준비와 단련으로 위기가 닥치더라도 선방할 수 있는 골키퍼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지켜낸다면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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