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경기본사
 성남 지역사회가 사상 초유의 ‘지자체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술렁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성남시와 정부와의 설전으로 민선5기 취임 불과 보름 남짓 만에 지역사회가 찬반으로 양분되면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던져 주고 있다.
지급유예 선언으로 이재명 시장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예산 전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끌어 낸 것은 긍정적인 효과지만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성남시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자리 다툼을 벌이며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 시의회조차 당리당략만을 따지며 찬반으로 나뉘었다. 사상 처음으로 공동지방정부를 이뤄 낸 시민·사회단체도 이 시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성남시의 채무지급유예 선언으로 판교와 분당의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전격 인상에 이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 지역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겨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한숨소리는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판교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도시기반시설 구축이 더뎌지리란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지급유예를 선언한 판교특별회계 5천200억 원이 바로 판교신도시 조성을 하면서 도시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한 돈이다.
여기에 중심가에 들어서기로 돼 있던 5조 원 규모의 복합상업시설인 ‘알파돔’이 개발사의 토지 중도금 미납으로 사업 위기설이 나돌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이 성남시에 투자하거나 이전하려는 생각을 바꾸고, 성남시로 전입하려는 다른 지역 사람들의 발길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남시가 ‘판교 특별회계’를 전용해 쓴 돈은 모두 5200억 원. 지난 2007년부터 한 해 1천억 원씩, 지난해에는 2천900억 원을 가져다 썼다.
그런데 성남시의회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예산을 다 쓰고 난 후인 지난해 말이다.
수천억 원이 전용됐지만 3년 동안 이렇다 할 문제제기나 감시가 전혀 없었다. 다수당인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조차 잠자코 있다가 모라토리엄 선언 뒤 격앙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시장의 독단적인 행정에 시민들을 담보로 정치적인 쇼를 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고 민주당은 전임집행부의 잘못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와 타계책을 마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선언부터 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난도 겸허히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 행정과 정치가 경계선 없이 넘나 드는 것을 시민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처럼 포퓰리즘에 젖은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한 투자사업을 벌이고 호화청사와 축제로 예산을 낭비하는데도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조를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성남시와 시장은 지급유예를 해야 할 만큼 살림이 어려워졌다면 세출예산의 구조조정과 지방세수 확충, 지방채 발행 등 자구적으로 노력하는 진실한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말로만 주인이라고 받들고 있는 시민들의 구멍난 마음이 다소 위안을 받으리라 생각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