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접한 어느 한 교회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전임 목사가 개인적 사정으로 퇴임한 후 새로운 목사가 부임했을 때 교회의 성도들은 후임 목사의 목회활동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목사가 부임한 2년 뒤 교회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교회’라는 배를 젓는 사공이 너무 많아진 때문이다. 목사와 장로뿐만 아니라 교회의 각 구성원들이 교회의 운영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성원 각자는 자신이 아니면 교회를 제대로 이끌어 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교회의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잘 하는 일에는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잘못하는 일에는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교회의 운영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간섭은 교회라는 배를 산으로 올라가게 했으며, 결국은 교회의 구성원들이 편을 가르고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으며, 다수가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내가 인천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10년이다. 전혀 연고가 없었던 곳이었지만 인하대학교와 인연을 맺고 인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가 10년이 되었다. 인천이라는 곳이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라 나 역시 주거는 서울에 두고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다수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천에 대한 애정이 거주자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인천’이라는 지역에 점점 애정을 갖게 되었고, 조만간 인천에서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천이 고향도 아니고, 인천에 주거를 두지도 않은 사람도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하물며 인천이 고향이거나 인천에 주거를 둔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치루면서 인천사람들의 인천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시민들의 ‘인천의 미래’에 대한 애정 가득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평소에는 간과했던 인천지역의 현황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서 미래 인천지역의 발전상을 나름대로 그려보았다. 지방선거 때에도 서울보다도 인천의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개표방송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는 ‘인천’에 대해 애정이 담긴 관심을 넘어 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는 여러 모습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간섭을 정당화하는 원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인천의 미래를 위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이다. 그러나 지지를 넘어서 “나 때문에 당선된 거야”, “내가 당선시켰기 때문에 앞으로의 구 혹은 시 운영에 나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해”라는 생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다. 인천에 대한 애정 때문에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한 관심을 표명하기 위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다면, 향후 당선자의 구정 혹은 시정 활동에 더욱 진심어린 관심을 갖고 잘하는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문제가 있다면 충고를 하면 될 것이다. 마치 내가 당선시킨 것처럼 구정 혹은 시정 활동의 초기부터 ‘감 나라 대추 나라’하면서 간섭을 시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물론 이 역시 인천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익에 따른 이기주의적 발상에 근거한 행위로 비춰질 뿐이다.
사람들은 ‘법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자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옳게(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옳음’, ‘정의’가 행동의 준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을 통한 사회질서의 유지를 강조하다 보면 종종 ‘금지를 통한 억압, 강제 혹은 통제’를 법 기능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법의 기능은 ‘옳은’ 법을 통한 사회 구성원들의 보호에 있다. 이러한 논리는 지역공동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공동체에 대해 ‘애정’을 명목으로 구정 혹은 시정에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다. 올바른 애정은 간섭이 아닌 관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잘 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지지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지적하고 충고하는 것이 ‘옳은’ 애정표현이며 관심인 것이다. 지금은 새로이 업무를 시작하는 모든 단체장들의 향후 활동에 진심어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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