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도는 사이렌 소리, 날카로운 전자음이 공기를 찌르는 가운데 세븐(본명 최동욱ㆍ26)이 무대에 등장했다.

   20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열린 '세븐 디지털 바운스 릴리즈 파티' 현장. '쿵쿵' 힙합 드럼 비트, 푸른 레이저 조명 속에서 그의 춤사위는 날렵했고 여유로웠다.
    이 무대는 미국 진출을 위해 공백기를 가진 그가 3년8개월 만에 낸 미니음반 '디지털 바운스(Digital Bounce)'의 신곡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다. 세븐의 복귀를 기다린 한국과 일본 팬 350여 명이 토해내는 열기로 비좁은 실내는 후끈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몸을 푼 그가 무대 아래서 호흡을 가다듬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는 세븐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도 동석했다.

   세븐이 잘 나가던 가수였지만 며칠만에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가요계 타임'을 고려할 때 3년여의 공백기는 원점을 각오한 모험이었다. 이를 감수하고 2007년 미국 진출을 위해 건너간 '기회의 땅'에서 그는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중에게 허송세월처럼 보인 3년여에 대한 세븐의 소회는 꽤 진지했다. 무대에 대한 향수병과 배고품, 양 대표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고 했다.

   "팝 시장 진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못 이룬 게 맞아요. 사실 영어, 음악 등 준비 기간이 길었고 미국서 디지털 싱글 한곡만 발표했기에 제대로 된 데뷔라고도 할 수 없었죠. 꿈을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그곳에서 음악, 춤을 배웠고 인간적인 깨달음도 얻었어요. 좋게 말하면 약이 된 시간이죠."
    직접 경험한 미국 시장에서 느낀 장벽은 꽤 높았던 듯 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수의 탤런트, 음악, 프로모션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 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또 언어, 동양적인 외모 등 보이지 않는 장벽도 높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양 대표가 한마디 거들었다.

   "항간에는 세븐이 미국에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껏 한국 가수 중 누구도 미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에 실패를 예상하고 도전한 시장이에요. 미국 시장의 장벽은 예상보다 더 높았어요. 음악 수준이 높고 아시아인에게는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죠. 세븐은 3년간 진출 준비만 했기에 지금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건 시기상조예요. 하지만 이를 거울삼아 다시 도전해볼 겁니다."


    "상투적인 표현이 아닌 정말 신인의 자세가 됐다"는 세븐은 복귀를 위한 '세팅' 작업에 1년이 걸렸다고 했다.
    가장 큰 고민은 반드시 진화했다는 평가를 들어야 할 음악이었다.

   그의 선택은 일렉트로닉과 힙합의 조화였다. 세계적인 음악계 흐름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힙합 비트를 더하고 세븐 특유의 허스키한 미성을 얹었다. YG의 대표 프로듀서인 테디와 새로이 YG에 영입된 신예 프로듀서 최필강이 힘을 보탰다.
    인트로 '리셋(Reset)'부터 빅뱅의 탑이 랩 피처링한 두번째 트랙 '디지털 바운스'로 이어지는 트랙은 현란한 전자 소스에 반복되는 코드의 멜로디가 전개돼 중독성이 있다.

   이러한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는 타이틀곡 '베터 투게더'는 후렴구에서 대중적인 멜로디를 부각해 한층 친숙하게 들린다. '아임 고잉 크레이지(I'm going crazy)', 영어 가사로 된 '머니 캔트 바이 미 러브(Money can't buy me love)'는 초창기 세븐의 R&B, 팝을 즐긴 팬들을 안심시키는 곡이다.

   "처음엔 생소하게 들릴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힙합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간 R&B, 팝을 선보였지만 기존의 제 색깔을 버리는게 아니라 진화라고 생각해요. 요즘 트렌드와도 잘 맞는 음악이고요."


    그가 한국을 비운 사이 시장은 아이돌 그룹으로 채워졌고 YG도 빅뱅, 투애니원 등 많은 그룹을 배출했다. 퍼포먼스를 무기로 한 남성 솔로 시장이 고사한 시장에서 세븐의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세븐은 "아이돌 그룹이 국내 가요계 흐름이더라"며 웃은 뒤 "빅뱅와 투애니원의 성장은 무척 뿌듯하다. 이들은 그룹 내 각자 맡은 분야가 있고 음악 색깔이 뚜렷하며 패션 트렌드까지 주도한다. 미국에서 비디오를 빌려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신인이 나오는지도 봤고 그 무대를 볼 때면 몸이 근질근질 했다"고 다시 웃었다.

   YG에서 막내이던 그는 어느새 허리급 가수가 됐다. 그가 없던 사이, 가수 양성 및 음반 제작 과정을 두루 갖춘 YG의 사옥도 지어졌다.

   "연습생 시절부터 가수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회사에 갖춰져 있어요. 연습실, 식당, 헬스장까지 없는 게 없죠. 정말 YG가 용 됐어요. 하하."
    그는 국내 복귀와 함께 한때 탄탄히 닦아뒀던 일본 활동도 재개한다. 10월께 국내에서 정규 음반을 낸 이후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일본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세븐은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준비했고 마음가짐이 새롭다"며 "여느 때보다 1등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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