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의료나 식생활 주거환경의 발달로 과거에 비하면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100세를 넘어 살 것이고도 한다.
우연히 모임에서 앞으로 남은 생의 기간이 얼마나 될 것인가가 화제에 올랐다. 굵고 짧게 살고 싶다는 분도 있고 오래 장수하면서 내 생에 온 가파른 변화를 체험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동석한 분 중에 의사가 몇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장수는 기정화 된 사실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진정한 장수라며 기대 여명을 계산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현재 자신의 모습 속에는 남은 생의 기간과 삶의 질도 들어있다며 여러 문항의 질문을 했다. 평균수명 79세를 기준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남성이 시작부터 불리했다. 남성은 평균수명에서 -3, 여성은 +4로 출발해 살고 있는 지역이 대도시냐 소도시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가족의 병력과 조부모의 장수여부에 따라서도 + -의 차이가 났다.

많은 평가기준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연봉 6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중해, 홀로 사는 사람은 외로움과 식생활이 문제 되고, 성격적으로 화를 잘 내고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있어도 감점이 되었다. 하루 흡연량에 따라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느냐, 운동을 하느냐, 체중이 적정하냐 등 내 삶의 건강지수를 점거해 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100세를 채웠다. 함께한 분들 대다수가 사오십 대라 지금 돌아가신다 해도 단명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열정적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일할 나이들이라 더 오래 능력을 펼치려면 오래 살아야 한다. 남은 수명이 채 5년, 10년도 안 되는 분은 ‘내 사후를 부탁합니다.’며 농담을 했다. 가볍게 농담처럼 넘겼지만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사실 충격이었다고 모임의 말미에 소감을 토로했다.

현재 내 삶의 편린들이 모여서 유기적으로 짜인 것이 미래다. 예측은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내가 100세의 기대 여명을 받은 것은 절제나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라기보다는 느긋한 성격 덕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고소득자도 못 되고 큰 목표가 없으니 과한 열정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유흥이나 잡기를 즐기는 성향도 아니라 술·담배 같은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일이 적은 것도 장수에는 한 몫 했다. 거기다가 장수하신 조부모를 둔 덕도 봤다.

그런데 장수가 꼭 좋은 것인가는 백번 지당하다에 동의가 안 된다. 내 경우를 보면,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사회에 유익이든 무익이든 영향력이 없고 성취도가 낮아 생산성으로 보자면 그저 그런 사람이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긍정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웰빙 장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단순히 장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최소한 타인에게 해악을 주는 생각을 덜했기 때문에 심적 안정이 장수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내 기대 여명이 100세나 되는 것에 긍정을 주면서 존재감이 없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겠다고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살 준비를 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금 내 기대 여명이 얼마나 될지 체크해보면서 현재의 내 생활이나 마음가짐이 얼마나 건강한지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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