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3~25일 서해안에서 원인 불명의 GPS(위성항법체계) 수신 장애가 일어나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우리 군이 보유한 정밀유도무기체계 중 상당수가 GPS에 대한 전파 방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정미경(한·수원 권선)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PS 전파방해장치인 GPS 재머는 반경 수백㎞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재머 가동 시 영향 범위 안에 있는 GPS 수신기는 작동 불능이 돼 위치와 시각정보를 위성에서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GPS 수신기가 작동을 멈출 경우 INS(관성항법장치)와 원자시계로 구성된 대체시스템이 가동되는데, INS와 원자시계는 GPS보다 정확도가 떨어져 GPS 재머 가동시간이 길어지면 무기의 운용 성능이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 기능이 정지할 위험도 있다는 것.
GPS 재머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로 이라크 군이 러시아제 GPS 재머를 사용해 미군의 첨단 유도무기를 무력화시켜 그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GPS 재머의 성능에 주목한 북한은 이후 러시아제 소형 GPS 재머를 도입해 모방 생산, 중동 수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대칭 전력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으로 볼 때 수십~수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GPS 재머의 자체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GPS는 유도탄, 유·무인 항공기, 함정, 전차, 장갑차, 통신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북한이 GPS 전파 방해를 시도할 경우 우리 군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기능 정지 위험이 있는 대체시스템(INS와 원자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 의원은 “이제 우리 군은 전자전과 별도로 GPS 교란에 대한 항법전(Navigation War)을 준비해야 할 때”라며 “GPS 전파 방해 대응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항법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만 수천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국산 무기가 한순간에 고철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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