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갈등을 싫어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외향적인 것 보다는 내적 성장과 자아실현에 목표를 둔다. 진실한 인생에 가치를 두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 말을 잘하고 설득력이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부드럽지만 가슴을 울리는 조언을 해 준다. 내 성향 분석표에 설명되어있는 내용이다.
“내향 국화입니다”
기질 검사 분석표를 보여주며 교수님이 설명을 하신다.

아주 짙은 내성 국화성향이라고. 대부분의 꽃들이 이미 씨를 퍼트렸거나 열매를 만들거나 했을 때 국화는 느지막이 꽃봉오리를 부풀려 꽃을 피운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야 국화꽃은 절정을 향해간다. 많은 꽃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꽃 피는 시기를 조절한 것이라 한다.
내성국화 기질은 만물이 시들고 퇴락하는 늦가을에 홀로 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나 갈등을 싫어한다. 반면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상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공감하는 깊은 내적 관계를 갈망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하여 타인의 심리적 필요를 잘 통찰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온화한 심성으로 모임에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명분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다. 간디, 잔 다르크, 윤동주 시인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내향 국화 기질로 분류 된다.

문화예술 매개자 교육 중에 심리분석 교육이 있었다.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어 모둠 활동을 했다. 한 조에 6명씩 4조로 나눠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성향이 같은 사람끼리 조를 만들었다. 공통 문제를 주고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자기 조를 알리는 광고를 만들었는데 각 조별로 구성원들의 성향이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우리는 온화한 비둘기로 독수리 조의 민첩 냉혹 카리스마에 기가 죽었다. 그래도 성향별로 장단점이 있고 강성의 열정이 매양 건설적인 것만은 아니기에 조화로운 수동과 품어주는 아량도 가치가 있어 보였다.
요즘 가장 뜨는 단어가 감성 공감이라 한다. 이와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현 시대 상황에 필요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안을 주제로 한 책이 공감을 얻어 많이 팔리게 되어있는 법이다. 격렬한 논쟁과 극단적 경쟁 사회에서 지친 마음을 정화해주어, 부드럽고 편안하게 흘러가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 감성경영 공감 비즈니스 등, 돈의 흐름에 민감한 경제와 경영에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과 공감이 대세다.
살아오면서 갈등이 싫어 한발 물러서고 주장 강한 쪽에 눌려 늘 뒷전인 것 같아 열등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반면에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분열과 비방보다 화합을 우선해 살아온 것이 어쩌면 나에게 재산이 된 것도 같다. 명분 없는 것에 과욕 내어 기웃거리지 않았던 것도 이 나이 먹도록 큰 흠 만들지 않았으니, 이도 생각해 보면 내 삶의 큰 위안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산야에 피어있는 국화꽃이 화사하고 향이 맑아 깊이 들이 마셔본다. 축제의 시작인 따뜻한 봄부터 열매 맺고 기우는 가을까지 피고 진 꽃들의 향연이 끝날 즈음, 쇠락의 시간대에 활짝 피어난 국화가 숭고해 보인다면 지나친 과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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