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금년 11월 1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이 무조건적으로 학생 체벌금지를 각급 학교에 시달했다. 어쩌면 몇

▲ 김실 인천해양소년단 연맹장/전 인천시교육위 의장
개의 시·도가 따라서 시행할 것이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 심지어 여학생의 일부까지 학교생활에서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체벌을 당해 본 경험이 있다. 점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려운 학교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교육환경 변화에 해당 시·도에서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지만, 교육현장에서 획일적인 교육청의 지침으로 체벌을 금지한다면 학생의식과 문화에서 생각지 못한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교육 현장을 깊이 바라본 고민과 뼈아픈 절차를 통해 학생 체벌을 금지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현장을 흔들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극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18조(학생의 징계)에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으며, 동법 제9조(학생의 징계)에 학생의 징계는 학교규칙에 정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학교 규칙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으로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한 자율적인 사항이다. 학교 주변에서 정치권이 변화하면서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학생교육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더불어 예방차원에서의 학생 지도보다 정치적 감각에 의한 발 빠른 표계산으로 교육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행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999년 인천고등학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가슴앓이가 있었다. 당시 2천여 명이 넘는 학생과 47개반을 가르치는 120여 명의 교직원이 복수 교감과 같이 근무하는 초대형 학교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한 학교 운영이었다. 학교 주변 지역은 대부분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으로 되어 있었다. 아침 10시께 외부로부터 걸려오는 교장실 전화는 대부분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당시는 교복자유화에서 막 벗어나 어느 정도 교복을 갖추긴 했으나, 학년표시나 명찰을 제대로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학생부 선생님이 열심히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걸려온 전화가 젊은 여성의 항의성 전화로, 학교 근처 어느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2층 계단에 학생 서너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지도해달라는 내용이 많았다. 물론 학생부 선생님이나 학년에 연락하고, 현장에 가면 흔적도 없이 달아난 후였다. 가장 염려했던 것은 흡연 자체보다, 그 시간대가 젊은 주부와 어린아이가 있을 아침 9시부터 11시 사이에 혈기왕성하고 성적 호기심이 많은 10대 후반 건장한 젊은이의 성적인 문제 발생을 우려했다. 실제로 부임하기 전에 있었던 성추행문제로 시끄러웠던 아픈 기억을 전해들을 때마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학생 생활지도 학교 선생님의 강압적인 지도, 특히 체벌에 의하여 한다는 전근대적인 발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히 필요했다. 군대나 교도소에서조차 오래 전에 사라진 체벌이 학교현장에 있다는 자체가 안타까웠다. 물론 사랑의 매로, 많은 학생의 학습권보호와 문제 학생의 행동수정이 있을 수 있었던 과거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사회적 풍토에서 많은 분들이 추억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로 그래도 있긴 있어야 하는데… 라고 여운을 둔다. 하지만 교육은 매번 새롭게 진화하고 학생들에게 또 다른 체험을 위해 단위학교 별로 학교 교육 구성원이 학생을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분위기 형성과 사랑의 성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학교별·설립별·지역별 차이를 고려치 않는 획일적 지침은 학교별 자율성을 짓밟는 관료주의의 폭력일 따름이다.
지금도 당시의 선생님,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학교를 믿고 따라준 그들에게 감사를 보내며, 당시로써는 무척 어렵지만 학생생활지도를 위해 교복과 명찰 달기를 지속적으로 지도하며, 외출증 없이 자유롭게 자신감과 인천고 학생으로 자긍심을 갖고 교문을 나다니며, 심지어 학교 부근에서 자율적인 식당 이용까지 할 수 있게까지로 발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우리학교만이 할 수 있다는 자존심을 심어줄 때, 학생으로부터 사랑받는 학교가 되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 학생과 더불어 어려움 그리고 아픔을 같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바꿈이 또 다른 학생 사랑으로 사랑의 매보다 진한 감동으로 학생의 행동을 올바르게 바꿀 수 있다.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 보충수업금지, 두발규제, 복장·명찰 규제,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보호해주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권을 지키기 위한 교육의 또 다른 퇴행에서 벗어나, 학교별로 차별화되고 자율적인 합의안 마련을 도와주어 특색 있는 학생 생활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교전통과 자부심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정적인 시기가 온 것으로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비, 지도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교육행정시스템으로 학교에 군림하는 행정력이 교육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고,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침해해 학교가 정치 무대로 변질되어 교육 실천을 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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