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다룬 칼럼에서 본 글이다.

“아픔을 사랑해야 세상을 바꿀 히트상품이 나온다.”
사람들은 내 아픔보다 남의 아픔에는 둔하다. 타인의 심장에 박힌 대못보다 내 손톱 밑 가시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직접 내 몸에, 내 마음에 고통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은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열린다. ‘누군가의 아픈 소리를 들어라.’ 새해를 맞이해 경영자에게 주는 경영철학이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기에 시선을 끈다.

아픔을 공감하는 경영에 관련된 몇 개의 예를 들어놓았다. 스웨덴 기업인 스카니아가 만든 대형 트럭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모두 트럭 운전자를 위한 장치들이라고 한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트럭에서 잠을 자거나 장기간 주차해야 하는 트럭 기사를 위해 엔진을 꺼도 난방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해서 히트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주 사용자인 트럭 운전자의 고충을 헤아려보는 마음이 있어서 상품은 환영을 받았고 장수하는 기업이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픔을 같이 느끼는 마음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측은보다는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거나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장 근접한 체화가 가장 밀도 높은 공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기에 의미가 있고 이해할 가치가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거나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보다 악플 달기와 흠집 내기에 더 열중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에 좋은 일로 축하모임을 가진 지인이 있었다. 잔치의 주인공은 당연히 그날 돋보여야 할 사람이다. 축사가 이어지고 조금 과분한 찬사를 받았다. 여러 사람의 축하 끝 순서로 단상에 나온 그는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주인공에 대한 비난을 단상에서 시작했다. 내가 받는 자리는 당연하고 나 아닌 사람이 받는 축하는 냉철한 시각으로 바뀐다. 그가 짧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담아 축하를 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면 단상의 그도, 그날의 주인공도 아름다운 날이 되어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 같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행위를 했거나 반사회적 인물이라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 하는 경우라면 이해가 간다. 그날 모임은 평범한 사람들의 축하모임 자리라 그 자리에 참석했던 대다수 사람들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이가 가진 좋은 점들을 알기에 웃으며 넘겼다.

올해는 토끼해다. 토끼는 긴 귀를 가진 유순한 동물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 언쟁하는 일이 없도록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내가 아닌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낮추어 가슴으로 공감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겉으로 보이는 웃음 뒤에 외롭고 지친 서로의 가슴을 안아주고, 분내며 미워하는 마음을 품어 녹여 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날의 그에게도 남이 보지 못한 아픔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그의 가슴이 내는 아픔의 소리를 아무도 알아듣지 못해 그는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당장 나부터,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보면서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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