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에서 레스토랑 '소울 키친'을 운영하는 지노스(애덤 보스더코스).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지만 내야 할 세금은 쌓여간다. 야심 차게 일류 레스토랑 주방장 쉐인(비롤 위넬)을 영입해도 장사는 지지부진.

게다가 보건당국으로부터 위생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레스토랑을 폐쇄하겠다는 명령까지 받는다. 베이징으로 떠난 애인은 바람을 피우고 유명한 도둑이었던 친형은 용돈이나 뜯어내려 한다. 한때 친구였던 녀석은 소울 키친을 빼앗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 계속되는 불행에 그로기 상태에 놓인 지노스. 그는 소울 키친을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을까.

삶은 때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꾼다. 불행은 행복 속에 도사리고 있고, 행복의 씨앗은 불행 안에서 자라기도 한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삶에 휘둘리지 않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소울 키친'을 운영하는 지노스의 태도는 삶에 대한 긍정이 묻어난다. 지중해 햇살을 받고 자란 그리스인이기 때문일까. 아무리 피곤한 상황이 닥쳐와도 지노스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잃지 않는 낙천주의자다.

이야기보다는 중첩되는 웃기는 상황과 독특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큰 영화다.

가계를 말아먹고 나서 정신이 나간 지노스가 집마저 태우는 장면은 포복절도 감이다. 애덤 보스더코스는 힘들 때 멍한 표정을 짓고, 때로는 말도 되지 않는 떼를 쓰기도 하며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을 때는 미련없이 되돌아서서 새 출발 하는 지노스 역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무식한 평민 입맛들" "입맛이 쓰레기야"라고 부르짖고 다니는 쉐인 캐릭터도 얄밉지 않다. 남들을 오시할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오만한 성격 탓에 인생 자체는 좌절의 연속인 그는 오히려 동정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감각적이고 빠른 편집, 원색 계열의 화려한 색채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근로자들이 사는 곳마저 빼앗으려는 악덕 부동산업자들이 등장하는 장면 등에서는 자본에 대한 비판마저 엿볼 수 있다.

'소울 키친'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 요리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요리하는 장면이나 음식을 비추는 장면은 많지 않다.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천국의 가장자리'(2007),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미치고 싶을 때'(2004) 등 주로 묵직한 영화들을 만들어온 파티 아킨 감독이 만든 가장 유쾌한 영화다. 아킨 감독의 묵직함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그의 새로운 화법에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일반 관객들은 실실 웃으면서 볼만한 영화다.

제6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이다.

2월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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