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전 국민의 애장품이 된 지 오래다. 생활필수품 목록 1위가 아닐까 싶을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문자 주고받기에 올인하는 젊은층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스팸문자까지 날아와 휴대전화 화면이 조용할 새가 없다. 직접 통화하기가 민망하거나 간편한 내용 전달이나 일상적인 안부 정도면 나도 문자를 활용한다. 직접 통화보다 부담 없고 적당히 의사소통도 되니 복잡한 전철 안이나 커피숍, 길거리 가리지 않는다. 주변의 소음이나 지루한 강연 등을 덮고 가기에 일조를 하는 면도 있다.

얼마만큼 진실하고 성의가 있느냐는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어쨌든 문자메시지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주말 모임에서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었다. 답장 없는 문자메시지 이야기다.

며느리가 연세 드신 시어른께 휴대전화를 사드리고 문자메시지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드렸다고 한다. 두 분은 결혼기념일에 커플폰으로 장만해 드린 휴대전화로 더듬거리며 어눌하지만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젊은이들처럼 알콩달콩 새로운 재미에 빠져서 사셨는데,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가 끝나고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시아버지가 출근을 하셨다. 저녁 퇴근 무렵에 유품으로 간직하고 있던 시어머니 휴대전화로 난데없이 문자를 보내셨다. 깜짝 놀라보니 ‘야간경비조라 오늘은 퇴근이 늦구려. 기다리지 말고 며늘아기와 저녁 맛있게 먹기 바라오’라는 내용이었다. 며느리는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이 찡해 휴대전화 충전을 열심히 해서 보관을 했더니 수시로 시아버님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가 오신 게 아닐까 걱정도 되었는데 어느 날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들 앞에서 사유를 말씀하셨다. “너무 보고 싶고, 살아있어 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걸 것 같은 생각에 내가 문자를 보냈다. 주책맞은 영감이라고 험담하지 않고 알아도 모른 척 해 줘서 고맙다”며 며느리 손을 잡고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는 이야기다.

원래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라 살갑게 도란도란 살아보지도 못했고 없는 집으로 시집와 숱한 고생에도 못난 남편 탓하지 않고 살아준 부인이 고마웠다며, 요즘 젊은이들처럼 애정 표현도 하면서 다시 신혼처럼 살고 싶었다고 하셨단다. 뭐가 그리 갈 길이 바빴는지, 생각하면 안쓰럽고 보고 싶어 경비실에 우두커니 앉아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있으면 불현듯 살아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문자를 보냈셨단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답신은 없고. ‘그래, 이 좋은 휴대전화도 없는 세상 뭐가 그리 좋다고 나 두고 가버렸느냐’며 넋두리를 하시곤 했다며 그간의 사유를 들려주셨다고 한다.
때로는 문명의 이기면서 성가신 족쇄처럼 여겨지는 휴대전화가 가끔은 사람들 가슴에 감동적인 시(詩)가 되어 내려앉는다. 허투루 휘릭 보낸 적도 있었던 문자에 정성을 보이고 싶다. 누군가 답신을 해 줄 수 있을 때 예의를 다한 문자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받은 문자에 봄 햇살처럼 포근한 마음을 담아 답문을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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