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의 인형 탈을 쓴 성인 남녀가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지붕 위에 올라 야한 잡지를 찾아내고, 개울가에서 동물의 내장을 건져낸다.’ 어린 아이의 얼굴로 표정 변화 없이 충격적인 상황들을 연출해 내는 그들의 모습은 ‘슬픔’과 ‘모순’을 떠올리게 한다.

교과서의 ‘철수와 영희’를 재해석해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석근(33)작가의 작품은 낯설지 않는 옛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최루탄 가스 속을 헤매는 모습을 보여 주는가 하면 연안부두의 낡은 배가 등장하기도 한다.

“국가로부터 받은 교육은 통제하고 욕망을 제어하는 부분이 크다”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촬영해 낸다.

오 작가는 “철수로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겨났죠. 이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자전적인 얘기를 통해 문제점을 표출하기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반복되는 무표정이다.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는 인형 탈의 무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여러 감정들을 유추하게 한다. 작가는 이 표정이 ‘좌절과 절규’를 표현해 낸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표정을 반복함으로 인해 시각에 따라 다른 작품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는 2006년부터 2년간 이어오다 중단했던 이 작업을 최근 재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독 아동과 청소년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는 현재와 과거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는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2기 입주작가로 선정된 것에 대한 기대도 컸다. 초상권에 민감한 작업이다 보니 촬영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트플랫폼을 통해 보다 원활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류가 중점이 되는 레지던시 안에서 다른 작가들과의 의견 공유 및 연계 프로젝트가 가능해졌다.

아트플랫폼에 있는 1년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겠다는 오 작가는 “인천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 주제가 숨어 있다. 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나를 포함한 작가들의 역량을 한 수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프리뷰 전시를 많이 찾아 인천문화 발전의 가능성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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