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고,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해 주시고, 어린이에
   
 
게 경어를 쓰시되 부드럽게 해 주시고,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 주시고, 산보나 소풍같은 것은 가끔 시켜 주시고,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고,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주시오.”
1997년 개교해 14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자리한 천일초등학교(교장 장덕진·53)의 학교교육계획 속표지에는 1923년 첫 어린이날에 방정환 선생이 발표한 글이 색다르게 담겨 있다.

학교 교사들이 매일 이 글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의 교육활동을 시작하는 자율적인 배움과 나눔이 넘치는 천일초등학교를 찾아가 본다.

# 교육목표
짧은 역사 속에서도 어린이들이 늘 즐겁고 행복한 천국이라는 소문과 함께 수원의 명문교로 자리잡은 천일초교는 34학급 1천70여 명의 학생들이 70여 명의 교직원과 함께 ‘민주인’·‘건강인’·‘창의인’·‘혁신인’·‘환경인’을 교육목표로 개인별 맞춤형 행복한 교육과정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목표를 바탕으로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어린이, 튼튼한 몸으로 바르게 행동하는 어린이, 창의적이고 새롭게 탐구하는 어린이, 소질 계발과 스스로 공부하는 어린이, 환경보전에 노력하는 어린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또 사교육비는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행복한 학교모델을 디자인하고 잡무는 줄고 교수·학습 활동에 전념하는 행복한 학교조직을 구현하고 있다.

   
 
# 어린이들이 만들어 가는 천일어린이나라제도
3월에 치르는 다른 학교와 달리 천일초교는 지난 2월 전교어린이임원 선거를 끝냈다.

어린이대통령, 의회의장, 대법원장 등 행정·입법·사법부 3부 대표들의 임기가 3월 2일부터 시작돼 선거로 인한 학기 초 어수선함을 없애고 진지하게 3월을 시작했다.

임원들의 활동은 2월 봄방학 때 학교 정문과 후문의 학교 명패부터 깨끗하게 닦는 것으로 시작됐으며, 3월 2일 시업식날에는 캐릭터인형 옷을 입고 정문에서 교장과 함께 재학생과 1학년 신입생을 맞이했다.

3부 대표들은 매월 한 차례씩 모여 한 달간의 학교생활을 반성하고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또 감독한다.

최근에는 긴급임시회를 열고 반별로 지진피해 일본 어린이 돕기 모금활동을 펼쳐 300여만 원을 모아 구호단체에 전달했다. 임원들은 경기도학생생활인권규정 제정에도 참여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참관하며, 지난해 모의 G20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는 모의 UN 총회도 개최하고 청와대 등 정부기관도 견학할 예정이다.

# 창의성 교육의 메카, 다자인연구학교
천일초는 지난해 수원시청의 지원을 받는 디자인교육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에서 금상을 포함, 160여 명이 입상하며 으뜸디자인학교로 뽑혔다.
올해는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창의성디자인교육연구학교로 선정, 새로 만들어지는 디자인교과서를 적용하고 전교생이 디자인 방과후학교 교육을 받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디자인 강사가 디자인특성화반을 지도해 디자인 인재도 조기 발굴하고 있다.

디자인교실을 꾸미고 디자인교육을 위해 새롭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워크숍을 갖는 등 교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지난 2월 대한민국 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참가 5팀 전원이 입상한 가운데 이들 중 6명은 오는 5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한다.

# 6대 행복교육 혁신디자인으로 새 학교문화 창조
올 천일초 학교교육계획의 비전은 ‘늘 웃음이 샘솟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혁신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통한 행복교육 혁신디자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Democracy Design(민주시민교육), Economy Design(경제기초교육), Service Design(나눔·봉사교육), Information·IT Design(창의성·정보화교육), Green·Global Design(녹색성장·국제화교육), Network(참여협육교육) 등 6가지 분야로 새로운 학교문화의 디자인을 시도한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교육시범학교로 연속 선정, 최근 중요시되는 경제기초교육을 강화하며 국내외 여러 기관 및 학생들과 다양한 교류도 계획하고 있다.

천일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알뜰시장을 통해 홀몸노인이나 소외된 이웃을 돕는 배려와 나눔교육도 빠뜨리지 않는다.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수시 개방, 전교생이 실시한 표준화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담주간도 마련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해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에 학부모회의나 특강, 연수를 마련한다.

아버지·어머니 학교사랑회, 녹색어머니회, 어머니폴리스, 독서도우미, 명예교사, 어머니인형극단, 평생교육나눔교실 등 교육공동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협육 프로그램들은 학교가 평생교육기관의 역할도 하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창조하는 모델임을 증명해 준다.

# 천일 육상부 창단
‘천천 물빛 향기 받은 샘내의 터전, 슬기롭고 용감하게 자라나는 우리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켜 나갈 어린이, 태양처럼 빛나리 우리의 천일….’
행복한 천일초교의 교가처럼 교정의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며 낯선 손님을 환하게 맞이한 지난 24일 오후. 이날도 학교가 손님들로 가득해 시끌시끌하면서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천일초교는 김태영 수원교육장과 김상회 교육위원 등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육상부 창단식을 가졌다.
천일초교는 그 동안 전임코치 없이 수원시 육상대회를 휩쓴 저력을 지니고 비로소 본격적인 육상 꿈나무 요람으로 출발하게 됐다.

수영 스포츠 영재들이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전교생 1인 1운동으로 태권도와 줄넘기, 민속놀이 등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다.

◇ 장덕진 교장 인터뷰
   
 

“지난해 9월 제6대 교장으로 부임한 뒤 매일 아침 일찍 정문에서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과 아침 등교와 함께 운동장과 학교 숲을 산책한 뒤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장덕진 교장의 학교사랑·어린이사랑은 무척 각별하다.

장 교장은 “나약해져 가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심신 단련으로 면역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홀리스틱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우리 학교는 아침 자습이란 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대신 낮 12시부터 30분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고정돼 있다”며 “학교 및 학년, 학급 특색에 맞는 자율적인 활동으로 어린이TV방송, 3부 활동보고, 태권도와 생활체육, 민속놀이, 생활한자, 10분독서, 스토리텔링, 나만의 디자인 등 내용도 무척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천일오케스트라, 어린이신문사와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장 교장은 “이 같은 모든 활동들은 각종 축제를 통해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내호박축제, 친구사랑축제, 창의체험의 날, 녹색체험주간, 교육사랑 상담주간, 학교 공개의 날, 디자인페스티벌, 알뜰시장 나눔축제, 과학디자인축제 등 모든 교육활동을 축제처럼 함께 즐기며 체험한다”고 했다.

장 교장은 특히 “올 모든 교외 현장체험학습은 학급별로 특성을 살려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창의적인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통한 행복교육 디자인과 늘 웃음이 샘솟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혁신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 상위 성적을 보인데다 창의성 교육의 메카인 이 학교는 장 교장의 말대로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 육성의 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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