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발전과 함께 조리기구도 무수히 많은 변화를 보였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주방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구가 있다. 바로 칼이다.
칼은 주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여타 조리기구에 비해 단조롭고 차별성이 없다.
이 같은 단조로움과 차별성을 뛰어넘기 위해 한국세라프(인천시 부평구 청천동)가 2년 넘게 연간 매출의1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면서 만든 칼이 있다.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으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 ‘벅칼(BUKCAL)’이다.

# 기능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신개념 조리기구
벅칼은 단조로움을 벗어난 주방의 신개념 조리기구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리용 칼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 기능성만 고려한 채 단조롭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벅칼은 이런 조리용 칼과는 다른 콘셉트다.

   
 
우선 디자인부터 눈에 띈다. 벅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방울이 떨어질 때 형성되는 크라운 모양이 연상된다.

화사한 색과 특이한 모형을 한 벅칼은 싱크대에 또 다른 장식물이다. 싱크대에 특별한 장식 없이 주방세트 1개를 올렸을 뿐이지만 주위 배경을 한층 더 세련되게 꾸며 준다.

벅칼의 장점은 또 있다. 위생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식도·과도·집게·야채칼·가위 등이 들어 있는 벅칼은 열에 강한 특수플라스틱 소재로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1~2분간 넣고 빼면 소독이 되는 간편함이 있다.

한국세라프의 제품개발부 관계자는 “가장 위생적으로 관리돼야 할 조리도구들이 싱크대 서랍장 안에서 다른 물품들과 함께 놓여 있다”며 “벅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신개념 조리기구로 관리부터 세척까지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디자인만 중요시한 것이 아닌 위생관리를 포함, 실용성까지 갖추도록 고민한 대목이다.

이런 실용성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알려져 있다. 지난해 타이완(10월), 도쿄(11월)에 이어 올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2월) 등 해외 전시회에서 현장 바이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만 35만 달러(한화 4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사회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제품

   
 

벅칼을 개발한 한국세라프는 인천의 유망한 중소기업이다. 더불어 국내에 몇 안 되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22명의 직원 중 13명의 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벅칼은 장애인들이 만든,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이해하는 사회적 제품이다.

제품 하나하나에 새겨진 점자표식으로 시각장애인들이 과도와 식도의 구별이 어려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손잡이의 모형은 장애인 누구나 손쉽게 들고 옮길 수 있게 만들어져 이동이 편리하다.

이같이 작지만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깊은 배려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역할이라는 또 다른 메시지를 남긴다.

   
 
한국세라프는 장애인기업이라서 그런지 공장설비부터 편의시설까지 장애인들을 배려한 부분이 눈에 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대부분의 기업들의 고민거리로 대기업에서도 꺼리는 설비다. 하지만 한국세라프는 이런 시설 설비를 통해 작지만 강한 기업, 또한 장애인 기업으로 지역사회 공동체사업을 위해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대표이사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직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시민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한국세라프 대표이사 인터뷰

   
 

“물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크라운 형상을 모티브로 주방에서 쓰이는 조리도구를 세트화해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김영훈 한국세라프 대표이사는 2년여 동안 고심하면서 개발한 제품 ‘벅칼(BUKCAL)’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한국세라프는 10여 종의 가정용 칼과 20여 종의 집게류, 10여 종의 야채강판류 등 40여 종의 주방용 조리기구 세트를 생산하고 있는 주방기구 전문회사다.
연매출은 20여억 원으로 이 중 10%를 개발비로 사용할 만큼 제품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현재 한국세라프에서 주력상품으로 생산하는 제품, 벅칼이다.
한국세라프의 전신인 삼랑금속은 지난 1960년대 중반에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서 주물공장으로 시작해 2대에 거쳐 30여 년 동안 가정용 칼을 만든 유서 깊은 기업이다. 이후 2003년 삼랑금속에서 한국세라프로 상호를 변경, 2007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의 현재 위치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주방기구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세라프는 인천의 여느 강소기업과는 조직구조가 다르다. 22명의 직원 중 13명이 장애인으로 있는 기업으로 2009년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 선정됐다.

장애인 기업이라서 그런지 공장설비부터 편의시설까지 장애인들을 배려한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주력상품인 벅칼에 새겨진 점자표식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또 다른 배려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요리할 경우 과도와 식도를 구별하지 못하면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벅칼에 점자표식으로 각 조리기구의 용도를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현 시점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회소외계층을 위해 애쓴 모습이 제품 개발에 녹아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한국세라프가 경영자의 회사가 아닌 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 회사’로서 이곳을 대표와 직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모두가 경영자란 뜻”이라며 “이런 경영철학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연말에 회사 영업수익을 제품개발비를 제외하고 모두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세라프도 여느 중소기업처럼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었다. 매출의 1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힘들게 개발한 제품은 으레 ‘짝퉁’이 나와 창조의 기쁨을 채 누리기 전에 실망감으로 바뀌는 것이 부지기수다.
“조리용 집게 디자인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중국의 한 박람회에 갔는데 똑같은 제품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힘빠지더라구요. 개발에 의미도 없어지고요.”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짝퉁 제품들이 오히려 한국세라프에는 전화위복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한다. 한곳에 정체되지 않고 계속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로 벅칼이 탄생했고, 앞으로도 두 가지 콘셉트를 추가한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도쿄박람회 때 일본 주방제품을 보며 착안한 ‘미니 사이즈 제품’과 또 다른 하나는 위생의 중요성을 더 높여 증기가 아닌 ‘전기로 건조와 소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제품 개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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