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동네 어귀에 듬성듬성 불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가로등이 없는 골목길 전봇대 위의 보안등은 밤늦게 귀가하거나 또는 이른 새벽길을 나서는 주민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돼 준다.
   
 

이같이 주민들의 길을 밝혀 주는 보안등도 가끔 가다 등이 나간 채 몇 주 동안 불이 꺼져 있는 모습과 주민들의 민원으로 동 주민센터 공무원이 뒤늦게 교체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게다가 요즘 같이 사건·사고가 많은 각박한 세상에 보안등이 꺼져 있으면 밤길 다니기가 무섭다.

이런 주민 신고에 의존하는 후진적 관리 방식, 골목길 보안등 고장으로 발생하는 범죄 그리고 고유가로 인한 전기료 손실 등의 모든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씨앤티코리아(인천시 부평구 청천동)가 개발한 21세기 미래형 복지도시를 선도할 보안등 원격제어시스템 ‘매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3년간의 고심 끝에 ‘매미’ 날다

보안등 원격제어시스템 매미의 탄생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늘 느껴 왔던 불편함에 대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동네 골목골목에 들어서 있는 보안등. 이 작은 보안등이 밤길에는 어느 무엇보다 반가운 존재다. 하지만 이런 보안등이 나가 꺼지게 되면 적게는 2주, 많게는 한 달여 동안 방치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의 무관심에서도 있겠지만 도심 곳곳에 퍼져 있는 보안등을 일일이 관리해야 하는 인력이 제일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직접 수동으로 점등과 소등하는 불편함에 대한 보완책으로 타이머를 설치했지만 담당자의 무관심으로 고장 시에 무기한 방치되는 상태 그리고 외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설치시설물로 취급되는 게 보안등의 현주소다.

이제 이런 고민도 필요없어졌다. 집이나 사무실 또는 휴대전화를 통해 도심 곳곳에 설치된 보안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원스톱 원격제어시스템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씨앤티코리아에서 지난 2007년 연구개발에 착수, 2008년과 2009년 2년 동안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미를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신철균 씨앤티코리아 대표이사는 “4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도심 환경에 적합한 디자인부터 제품에 내장된 전자부품들까지 자체 개발했다”며 “매미가 설치된 지역 내에서 임산부·장애인·노인 등 노약자들의 응급상황 발생 시 위치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설명한다.

 # ‘매미’ 이제 도심 곳곳에 울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매미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이미 인천시 부평구 도심 곳곳에 퍼져 있는가 하면, 서울의 여러 구에서도 도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고유가시대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매미가 주목되고 있다. 중앙에서 지역 내 모든 보안등을 일제히 제어할 수 있으며, 고유가시대에는 전기료를 30%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복지수요가 늘어나는 요즘 매미의 역할로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예방, 여유 인력을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매미 도입의 또 다른 이유다.

신 대표는 “예전과 달리 기초자치단체에서 복지도시를 위한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며 “매미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씨앤티코리아의 임직원들은 매미가 서울과 경인지역 내 모든 도심에서 불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신 대표의 경영철학과 직원들의 열정과 패기를 합쳐 매미의 계속되는 변신을 통해 미래 도심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에서는 매미의 성장세와는 반비례로 보안등이 고장나 주민들이 동별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앤티코리아 신철규 대표 인터뷰
   
 

“보안등은 말 그대로 늦은 밤 범죄나 사고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지역에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등입니다. 이러한 보안등은 꺼지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매미가 모두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신철균(53)씨는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우림라이온스밸리에 위치한 ㈜씨앤티코리아의 대표이사로서 자사에서 개발한 제품 ‘매미’를 이같이 소개했다.
씨앤티코리아는 지난 2003년 설립된 전자부품 및 제품을 제조하는 전문업체로 각종 코일 및 변압기, 고압 방전등용 전자식 안전기 등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이같이 축적된 개발기술로 탄생된 것이 원격제어시스템이 갖춰진 보안등 매미다.

신 대표는 “기존의 보안등은 담당자가 시간에 맞춰 스위치를 직접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 이후 타이머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불이 켜지는 방식으로 전환됐다”며 “하지만 매미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해 보안등과 담당자 간에 교류가 가능토록 한 신개념의 원격제어시스템이 탑재된 보안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부분의 보안등에는 전압과 전류를 제한하기 위해 안정기가 설치돼 있는 상태다. 이러한 안정기에다 통신회로를 설치해 무선통신이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매미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어려서부터 전자제품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고 전한다.
“어렸을 때 버려진 전자제품을 가지고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는 일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놀이가 평생 밥을 먹여 주는 직업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이 같은 관심으로 현재 씨앤티코리아를 국내 최고의 중소기업으로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이 그렇듯 전자부품도 중국이 노동력을 앞세워 저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가운데, 신 대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최신 무기로 매미를 앞세우고 있다.

신 대표는 “각종 전자부품시장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 보안등 관리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낭비되는 불필요한 요소가 많았지만 이제 매미의 탄생으로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가능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시장성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지난 20여 년간 쌓아 온 신뢰와 축적된 기술을 밑거름으로 매미의 기능을 계속 향상시켜 해외 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산 매미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차곡차곡 다져 나가겠다”고 해외 시장 개척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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