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우리네 삶 속에 숨결처럼 언제나 늘 함께하는 자연과 일상을 그저 그림으로 노래하고 읊은 민화
   
 
(民畵).
강렬한 색채 탓? 아니면 지극히 입체적이라서 그럴까? 가장 전통적인 회화양식인데도 낯선 시선이 많다.

어쩌면 우리 민화는 서구적 회화 기법에 비해 묘사의 세련도나 격조는 뒤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익살스런 소박함과 대담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의 특징은 오히려 한국적 미(美)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실 선사시대의 암각화부터 최고의 전성기를 자랑한 조선시대 후기까지 민화는 민중들의 종교생활과 일상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실용화로 널리 자리매김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화폭에 담아내는 사물을 꼭 한 방향에서 보이는 대로 그려내야만 훌륭한 회화일까?’라는 의구심을 던져 봄직하다.
입체적 화풍(cubism)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키고 강렬한 채색을 도구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양식을 만들어 낸 피카소의 작품을 바라보는 또 다른 우리네 시선들을 따라가면 그 의구심은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우리 민화는 피카소의 작품이 주는 기괴한 감동보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채가 너무 강렬하고 왠지 무속인들의 살내음이 전해져 거부감이 인다”는 등 여전히 무비판적인 소리에 시달리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지난 6년간 합동 전시회 및 후학 양성까지 매진해 온 ‘전통민화 그리기, 알리기 여성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고양지역 가정주부 등 여성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고양민화협회(회장 김정호)가 바로 그곳.
“그리다 지우다가를 반복하면서 캔버스에 남긴 오색의 흔적을 쫓아 여백에 다시 그리고 또 지우며 자연이 전하는 말을 화면에 꼭꼭 담아내려 애쓰죠”라는 아줌마들의 수줍은 속삭임은 마치 산바람 같은 청량감을 준다.

이들은 해마다 자신들이 그린 작품 중 가장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한다고 생각하는 3~4점을 선정해 석가탄신일인 사월 초파일을 전후해 병상에서 투병생활에 지친 환자들을 찾아 ‘위문 전시회’를 열고 있다.

   
 
특히 동국대학교 부속 일산병원은 2006년부터 매년 5월 이들에게 병원 1층 로비를 개방해 민화 알리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전시회는 ‘오복을 부르는 오색그림’이란 테마로 5월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열려 연인원 5천 명이 넘는 갤러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꽃의 우아함을 자연스러운 색채로 담아 낸 ‘연(蓮)’과 짙은 꽃향기 가득한 궁모란을 화사하게 피워 낸 ‘궁모란도’, 수탉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그린 ‘닭’ 등 50여 점이 13일간의 아름다운 여정을 마친 것이다.

이제 또다시 내년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함을 재촉하겠다는 이들은 전통민화의 상징성 강한 소재인 용(龍)을 주제로 한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일 그때를 기약했다.

고양민화협회 김정호(52·여)회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민화는 우리 한민족의 고유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그릴 때 세밀한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아름답게 표현하기보다 작품이 내재한 이야기를 갤러리들에게 바르게 전달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독백같은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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