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 대상 강연의 최대 이슈는 단연 ‘입학사정관제’다. 지난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시범 도입
▲ 안윤경 객원기자
돼 전국 10개 대학이 1천327명을 선발한 후 2012학년도에는 총 122개 대학, 4만1천250명(대학 총 모집인원의 10.8%)으로 그 인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게다가 상위권 대학일수록 비중이 크니 관심이 클 수밖에. 학교든 관공서든 사교육기관이든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불가피하니 미리미리 철저히 대비하라’ 다그친다. 심지어 인천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한 중학교 교장은 “엄마는 정보수집가가 돼야 한다. 앞으로 확대될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엄마 하기에 달렸다.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사진과 활동사항을 꼼꼼히 기록하고 아이가 학교에서 탈 수 있는 상은 모조리 도전하라”고 부추긴다.

지난달 고 1인 둘째의 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학부모교육’도 주제는 ‘창의·인성교육’이었지만 골자는 ‘입학사정관제’였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이자 제도 도입과정에 참여했다는 강사는 “교육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 낸 우수한 선발 방식”이라며 “이제부터 아이들은 교과활동뿐 아니라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도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자리에 모인 학부모들은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질문을 쏟아냈고, 일부 학부모는 “우리 애는 아직 진로를 못 정했는데 어떻게 하지. 뭘 좋아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데…”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3과 고 1을 둔 엄마로서 사실 입학사정관제는 부담 그 자체다. 그나마 큰애는 89.2%의 나머지 전형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수준별 수능이 시행되는 등 제도가 또 바뀌는 작은애 입시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지난 9년간 획일적 평가에 길들여진 아이, 아직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갈팡질팡하는데 문과로 갈지 이과로 갈지도 정하지 못하고 고민 중인데, 당장 뭘 하라 말해 줘야 할까? ‘동아리 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뭐든 열심히 해 두면 다 쓸모가 있겠지 뭐’ 아이를 다독여 줄 뿐이다. 좋은 제도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살 터울인데도 다른 제도와 교육환경에서 키우는 학부모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7일 인천시 연수구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주최한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교육을 상상한다’란 강연회는 입학사정관제에 몰입해 있던 학부모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교육평론가 겸 한 지역의 교육감 정책보좌관이기도 한 이 강사는 우선 입학사정관제는 그 우수성에도 재정적 부담과 급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으로 급격한 보편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로가 구체적인지 자발성이 높은지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준비하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역량’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단다. OECD 국가 중 공부시간은 가장 길지만 학업 흥미도는 꼴찌인 우리 아이들, 학원과 부모에게 주도권을 뺏긴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맛보게 해 줘야 한단다. 입학사정관제든 뭐든 지금처럼 학원이 준비하고 엄마가 더 바쁘면 아이들은 미래의 인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빠는 물주, 엄마는 매니저가 되시렵니까? 30년 뒤 부모가 힘들 때보다 본인들이 힘들 때 더 많이 찾아올 거란 걸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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