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다른 때와 달리 유난히 긴 장마로 인천시내 도로 곳곳에서 침수가 많이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 안재균 경제부
도로가 파이고 전기·통신·가스 등 도로 밑 매설물들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서는 도로에 파인 구덩이를 메우고, 전기 누전과 통신 점검을 위해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와 KT 등 공공시설물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시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로를 점용해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시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점용하는 KT는 되레 시민들에게 ‘민폐’를 주고 있다. 도로법에는 도로 점용 시에 관할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KT는 이를 무시하고 급기야 차량 통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요원 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12일과 18일 공사 외에도 25일 역시 이들은 차로 1곳을 점용, 법도 배려도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공공시설물을 설치한다는 핑계로 이들은 도로를 1시간여 동안 점령하는 소위 ‘도로의 무법자’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같은 공공시설물을 취급하는 한국전력공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전의 경우 연간 매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계획을 세워 관할 구청에 허가신청을 하고, 이에 따라 안전조치를 취한 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장마 피해로 안전점검이 필요한 인천시 남동구 지역 1곳에 대해서도 관할 구청에 도로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일을 위해 1시간 동안 도로를 점령하는 KT의 행위와 비교하면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기관의 모습이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고 또 언제 내릴지 모를 많은 비로 도로 침수가 여전히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 밑에 매설된 시설물이 침수돼 또다시 도로를 점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KT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시대에 최고의 서비스와 기술력을 내세우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법규를 지켜 나가야 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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