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리즘(populism)이란 부풀리고 선전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안 지는 것을 의미하며, 팝송이라고 하는 포퓰러송(popular song)의 줄임말로서, ‘인기있는’, ‘대중의’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이 민주당에 대항하고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것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대중을 동원하고 이들의 참여에 의한 정치체제의 운용을 말하며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경제논리에 반해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것이 대표적 특징이다. 현대적 의미의 ‘포플리즘’은 정치·경제·사회·문화면에서 본래의 목적을 위해서라기보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9월 7일은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의 날’이 제정된 지 만 12년이 되는 날이었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고용불안과 가정해체 등으로 피폐해진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주기 위해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정부의 노력과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사회복지시책은 당시와 비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소득원을 잃거나 가족이 크게 아파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위기에 처한 가구에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와 일시적인 어려움이 지속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노인들이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함으로써 노후보장과 함께 치매, 중풍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은 제5의 사회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서비스를 제공받게 되었으며 노인들의 건강이 호전되고 자식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도 줄었다고 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국가의 존립을 좌우할 만한 중대한 문제임을 인식,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지원도 늘려 나가고 있다.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료 지원 대상 확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 등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난해 7월부터는 저소득 장애인의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장애인연금도 지급하고 있다.
걱정 없는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가입자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가는 등 전방위적 복지 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삶 속에서 복지정책의 따스함을 느끼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녀가 동거인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 등 비수급 빈곤층이 100만 명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기울어진 가세가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가난 또한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까지 세습되는 현상은 가슴 아픈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온도는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며, 경제회복의 온기가 구석구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될 때 사회통합이 이뤄지고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시장직을 걸고 주민의사를 묻고, 낮은 투표율로 임기 중에 중도 사퇴하고, 시민불편은 물론 일련의 과정들이 국가적 손실임엔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적 재원을 마련하고 통일적인 기준과 안정적 체계를 통해 복지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보편적·선별적 복지논쟁을 떠나 맞춤형 대책을 마련,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 수요자 중심으로 해결되도록 추진해 나가는 것이 포플리즘 논쟁의 불식과 함께 발전된 복지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옛말이 있다. 막연히 고기를 잡아주거나 고기를 잡으라는 식보다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고기를 잡을 것인지 특성에 맞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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