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고향 가는 일은 꿈도 못 꿉니다. 그래도 제 일에 보람을 느끼고 사니까 서운함 같은 건 없어요.”
 
올해로 경찰에 입문한 지 22년째인 배기택(47) 경사는 오랜 경찰생활 만큼이나 명절의 들뜬 기분은 잊은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줄곧 일선 경찰서 교통부서에서 근무해 온 데다 지난해 2월부터는 인천경찰청 교통안전센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휴일이나 명절 때 자리를 비운다는 건 엄두를 낼 수가 없기 때문.
 
이번 추석에도 배 경사는 동료 1명과 24시간 꼬박 교통안전센터를 지키며 `교통대란'과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도심을 빠져나간 차량들이 서해안고속도로로 몰릴 것이 예상되면서 실시간 고속도로 사정을 파악하는데 한 치의 여유도 부릴 수가 없다.
 
고향가는 길, 도로사정이 나빠 운전자도 속이 타고 고향에서 기다리는 부모, 형제도 노심초사 하는 마음을 배 경사인들 어찌 모르겠는가.
 
쌩쌩하게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은 덜 막히도록 정체구간을 알려주고 만일의 교통사고 발생시, 고속도로 순찰대와 무전연락을 통해 신속히 대처토록 하는 임무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배 경사의 이같은 마음은 평소라고 다르지가 않다. 교통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이유에선지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족들이 겪을 고통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단다. 그래서 1분 1초라도 빨리 사고지점을 파악해 관할 경찰서와 가족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지금의 근무처가 고마울 뿐이다.
 
“뜻하지 않게 경찰이 됐지만 지금은 `이런 것이 천직이구나'하고 살고 있습니다. 더구나 교통부서는 제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줬고요.”
 
그러면서 배 경사는 소망을 묻는 말에 “올 추석에는 교통사고 없이 모든 사람들이 편히 고향엘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역시 직업만은 속이지 못한다.
 
덧붙여 배 경사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며 원인이야 어떻든 사고책임은 전적으로 어른들에게 있다며 안전운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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