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에 관해 심의나 자문을 하는 최고 상위 기구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한다면 학교를 전혀 다르게 바꿀 수도 있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위 학교의 학칙의 제정 및 개정과 예·결산 심의, 학교교육과정의 운영방법, 학교운영지원비 조성·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비롯한 모든 중요한 일은 운영위원회를 거쳐서 집행이 된다. 그러나 교원 위원에는 교원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학부모 위원에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 참여가 미흡한 데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에 나서서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데 있다고 보여진다. 일부에 한한 경우지만 학교운영위원회가 있기 전에는 전권을 행사했던 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는 것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한 교장들은 학부모위원이나 지역위원 구성에 관여해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운영위원을 앉혀 학교운영위원회를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운영위원회는 마지못해 움직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운영위원회 활동을 안내하거나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교육청이 올해부터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학교와 소통할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학부모들이 부담 없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학교운영 과정에 일반 학부모, 학생 등의 의견 수렴이 활성화되는 등 단위학교 차원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책무성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참여를 통해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를 살기 좋게 만든다. 세상이 좀 더 변화되기를 바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 진출해 주었으면 한다. 어머니회나 학부모회 등의 학교 자생단체와 법적인 권한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살기 좋게 변하기를 바란다면,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학교부터 먼저 바꾸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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