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철규 재독명예대사 / 사회학박사

 관광의 뜻을 알면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세계는 관광객들로 온통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동서남북에서 서로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에서는 서쪽으로, 남쪽사람들은 북쪽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으며 여행목적은 관광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광의 정의를 모르고 다른 고장을 떠돌아 다녀봤자 많은 학비를 주고 학교를 다녀본들 낙제점수로 퇴학당하는 격이 되고 만다.

인구밀도로 볼 때 세계 관광여행을 떠나는 수는 한국이 최다수 기록이다. 관광이라는 뜻을 한국의 백과사전이나 한글사전에서는 ‘다른 나라의 문물, 또는 제도를 시찰하는 것’, 또는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광, 풍습을 유람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속담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중요한 대목이 빠져있어 관광의 참뜻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는 관광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관광무역, 관광산업 또는 관광정책, 관광외교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육기관도 본 적이 없다. 이는 21세기의 선진국가라는 한국에서 가장 큰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21세기형 관광학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위와 같은 연구기관이 없고 국민들이 모르면서 해외관광을 떠나는 것은 돈만 하늘에 뿌리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관광은 한 나라의 주요한 산업이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표어를 이해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이 있어야 하고 또 외국으로 관광여행을 떠나고 있는 한국 국민 스스로가 관광전문인들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이 계통에 종사하는 직업인들이 21세기형 관광학을 전공해 국가고시를 쳐서 합격된 자격자들만이 관광업계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국위를 지키는 애국정책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에서 외국으로 관광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구경하고, 골프 많이 치고, 외국여자들 몸이나 노리고, 외제상품 많이 사고, 사진 많이 찍고’가 나와야 흡족한 관광으로 생각하고 있어 관광이라는 아카데믹한 단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여기가 어딥니까?”하고 물으면 어느 나라인지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자기 인물이 들어간 사진의 배경에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 무슨 건물이라는 이름이라도 알아야 해외에서 뿌려댄 우리 돈이 아깝지 않을텐데…. 한때는 성관광(性觀光)이라는 인육(人肉)시장을 몰려다니는 한국관광객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있었던 눈물겨운 실화를 소개한다.
제2차 대전을 전후해 결핵이라는 전염병이 세계를 휩쓸면서 수백만 명의 인명을 쓸어버렸다. 그 당시 특별한 결핵치료약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결핵에 감염되면 무조건 격리수용을 시켜 더 전염병이 퍼지지 않게 하는 것만이 상책이었다. 2차 대전 종결 직전 독일 베를린 변두리에 결핵격리수용소가 있었다. 한 방에는 6개의 침대가 있었고 창문이 한 개만 있는 이 병실은 형무소 감방과 다를 바가 없었다. 외출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수용소에서 주는 빵을 씹어가면서 침대에 누운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건강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고 무덤을 향해 걷고 있는 시간이었다.

병실 복도에서 ‘들것’이 굴러가는 소리가 나면 옆방의 환자가 죽어 화장장으로 향하는 장송곡으로 알고도 있었다. 매일 옆방에서, 또 옆 옆방에서, 아니면 위아래 층에서 들리는 철문소리와 들것의 소리는 그치는 날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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