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정황을 폭로하자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사실상 아직도 정치권에 당내 선거와 공천을 둘러싸고 돈 거래가 이루지는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당 대표 선출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매표행위를 목격하고도 당시에는 침묵하다 18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폭로한 이유가 궁금하다. 뒤늦게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면 전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공안부와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의 정예 수사인력을 차출해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일 쇄신을 부르짖는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 의뢰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한다면 쇄신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한나라당 스스로 국민 앞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밝히고 참회해야 한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18대 국회 들어 모두 3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세간에는 ‘후보들이 수십억 원을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로 선출된 당 대표가 거액의 돈봉투 자금을 어디서 끌어다 썼으며 어떻게 벌충하려 했는지까지 소상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만 금권 타락선거의 뿌리 깊은 악습을 말끔히 도려낼 수 있다. 고 의원이 폭로한 극히 미미한 사안에만 국한해 수사하려 한다면 한나라당은 결코 다시 태어날 수 없다.
이제 돈봉투로 정당 대표를 뽑는 후진적인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 매관매직이나 매표행위는 오래된 관행이라는 이유로 용납해서도, 용납할 수도 없는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다. 이번 돈봉투 살포와 관련된 정치인들은 사법 처벌을 기다리기에 앞서 스스로 참회록을 쓰고 하루빨리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적어도 19대 총선에서는 이런 오염된 정치인들이 선출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검찰수사가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제 그 일각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검찰은 지체 없이 그리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돈을 준 사람이건 받은 사람이건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돈을 주고 당의 권력이나 후보 자격을 얻은 사람이 한 사람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다른 사례가 있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양심을 가진 정치인들이라면 수사를 피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고백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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