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탁 사회부

지난 2003년 인천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창단한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구단이 최근 큰 위기에 봉착했다. 출범 후 2005년 깜짝 4강에 드는 등의 성적을 냈지만 이후 성적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해는 월드컵 원정 첫 16강 신화를 달성한 허정무 감독을 영입하는 등 부흥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아 지난 시즌 16개 구단 중 13위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여기다 지난해 5월 정치적 논리를 등에 업고 취임한 조건도 사장이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갑자기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인천구단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조 사장은 사퇴 이유를 “기업 전무이사직과 축구협회 회장직 등으로 시간 여유도 모자란 상황에서 구단에 많은 신경을 못써 줬다”며 “현재 구단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내고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무엇보다 조 사장은 15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는 사퇴설에 대해 모호한 말과 함께 사퇴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전격 사퇴하면서 자신의 무책임함과 구단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행동을 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제 사람 심어 넣기로 임명된 조 사장은 그동안 사장으로서의 역할인 구단 살림에는 하나도 보탬이 되지 않아 구단 내·외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다. 급기야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빚으면서 인천구단 내홍의 주범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얼마 전 모 축구 관계자는 “사장은 구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예산 확보는 물론 구단 운영 지원, 감독의 선수 관리 지원 등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데 지금 인천구단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인천구단이 어떻게 만들어진 구단인데 이렇게 시끄러운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노골적으로 조 사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숨기기 위해 말을 갑자기 바꾸는가 하면, 자신의 역할을 회피하고 나몰라라 하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해 온 사장이 그동안 구단을 맡아서인지 몰라도 인천시민의 자존심 인천구단의 아픔이 더 심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쪼록 새로 임명될 사장은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식견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인천구단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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