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선거를 앞두고 지닌 연말부터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넘쳐났다. 탁월한 민의 대변자로 ‘내가 적역입니다’를 선전하는 내용들이다. 재선 의원은 업적 나열에 열심이고 예비정치인들은 개혁의 주체가 될 자기를 알아달라고 굵게 밑줄을 긋고 시선을 모은다.

우리 사회, 지금 어수선하다. 위에서, 아래에서 제 목소리 내기에 경쟁이다. 자극적인 언어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가볍게 희롱하는 말장난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의 근심은 요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한다. 정치는 이상향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라 화평이 어려운 것일까. 개개인의 욕구가 다르고 기대와 바람도 층층이라 어느 정도가 정량인지 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기엔 무심한 주부로 오래 살았다. 세상에는 성공과 부를 이룬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노력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덜 성실했다는 잣대를 들이댈 수만은 없는,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에 포함되는 나를 변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승승장구는 낙타의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힘들다. 과정 과장 지나오면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시간이 있어,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주인공 지바고가 사랑하는 여인 라라에게 한 대사가 생각난다.
“당신이 슬픔이나 회환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거요.
나는 한 번도 발을 헛디디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은 그런 사람을 좋아 할 수가 없소. 그런 사람의 미덕이란 생명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절대로 보지 못한단 말이요.”
사람의 한계를 초월한 일취월장만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흠모보다는 높은 벽을 친 단절이 먼저 온다. 그래서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성공스토리는 공감이 가면서 사람들에게 의욕의 불씨를 제공한다.

주식이나 펀드에 전혀 무심한 사람은 별로 없다. 대다수는 벌었던, 잃었던 투자경험이 있을 것이다. 귀가 얇아, 정보가 정확하지 못해, 판단을 잘못해, 운이 따라주지 않아, 욕심이 앞서…. 천차만별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시행착오 끝에 전문가를 찾았다. 대표업종 주의 주식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그 분야의 대표가 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난관에 꺾이고 재기하고 하는 과장을 겪으면서 혜안이 생기고 뚝심이 길러져 무너지지 않은 체력을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추천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쪽박은 면하는 것 같다.
시행착오, 겪어야 한다. 실수를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하자 않을 정확한 판단이 생겨날 때 실패는 힘을 얻고 가치를 부여받는다. 누구나 생은 아름답다. 어느 업종의 수장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가치판단의 중앙에 우리를 세워본다. 미미하고 영향력 없는 사람이지만 우리네 삶이 형편없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뉴런처럼 연결된 망에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받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들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 선한 국민의 에너지가 널리 퍼져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줄 정치, 국민을 위하는 전문가로 거듭나 시행착오를 거친 성숙한 정치를 기대한다. 겉만 그럴싸한 과대포장보다는 정말 내실있는 정책으로 올곧게 국민에게 다가올 국회의원님을 만나고 싶다.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4월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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