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국 인천시 계양구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장

 맞벌이가정은 매우 정신없이 분주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가정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2월 전국 1만5천여 어린이집이 일시 휴원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큰 충돌 없이 일단락은 되었지만, 어린이집과 정부의 충돌 사이에 맞벌이가정의 부모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초긴장을 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어린이집은 운영이 어렵다 하고, 정부는 현행법을 지키지 않으면 시정경고를 거쳐 폐원을 시킨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은 그 사이에 어떻게 해야 하며,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어린이집의 입장에서는 보육료가 현실적으로 매우 열악해 똑같은 보육료를 받아서는 어린이집의 소재지에 따라 그 운영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과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교사급여, 운영비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공립어린이집과의 보조금지원 차별로 인한 민간어린이집의 운영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반기 중 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협의한다 하고, 매년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나가겠다고 한다. 공공형 어린이집도 2016년까지 국·공립과 더불어 아동의 30%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린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에서 성인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92.9%의 응답자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하나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제적인 부담과 아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의 배려가 없다’라고 응답했다. 보육서비스를 공보육이라고 해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비스의 생산물 자체를 표준화하는 것이 어렵고, 근거리에서 제공되어야 하는 접근성으로 인한 국민들의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경쟁관계로 다루기 힘들며, 이를 공공부분에서 제공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차세대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갈 영유아에 대한 인적투자로서 보육지원 서비스의 사회적 효용 등을 고려한다면 보육지원을 공공재나 준공공재로서 이해해야 하므로 보육서비스는 공적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육서비스를 민간시장을 통한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재정을 이용해 공적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형평성을 달성할 뿐 아니라 적절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대다수 국민들의 자녀들이 이용하고 있는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보육서비스 전체의 질을 높일 수 없다. 또한, 부모의 육아부담 경감, 장애아 보육 활성화 및 보육시설 이용시간의 다양화 등 국민들의 욕구에 부응한 보육서비스가 제공되고, 보육시설의 환경개선 및 안전관리체계 구축, 전문성 있는 보육교사의 확보, 보육시설에의 보육과정을 포함한 자율적 운영의 보장, 보육행정시스템 강화 등 많은 부분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정책은 현장에서 나온다. 수요자 중심의 보육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와 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공보육이 실시되어야 하기에 어린이집 및 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진정한 공보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설의 유형을 따지기 전에 국민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재정 부담이 확대되어야 한다. 시설유형에 따라 재정을 지원해주지 않고 공공성과 투명성만을 따진다면 공보육의 실현은 요원하다 할 것이다. 한단계 한단계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국·공립어린이집 보육시설과 민간어린이집 보육시설의 이용상 격차를 줄여주어야 할 것이다.
개별 가정의 입장과 여건에 따라 국·공립부터 직장, 민간, 가정어린이집 등 어떤 보육시설을 이용하든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을 이용하되 보육시설 환경과 서비스의 질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 운이 좋아 내 아이만 국·공립을 보내 저렴하고 안심하게 다닌다면 차별과 차이로 공보육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국민들이 열심히 일을 해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2만3천 달러에 이르렀다. 2만5천 달러를 넘어 3만 달러의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각 가정에서 가장 필요한 영유아 보육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와는 관계없이 외형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과거보다 잘먹고 잘 입고 쾌적한 곳에서 생활하고, 고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과거 영국의 베버리지가 꿈꾸던 복지국가의 이상적인 모델이 이러한 것일까? 국민들은 여전히 현재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보육서비스를 비롯해 교육, 의료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국민 모두가 차별없이 서비스를 받는다면 각 가정의 행복과 동시에 사회문제 예방과 해결을 통해 소모적 비용이 절감되고,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도 한결 수월하게 해결될 것이다.

<필자약력>
▶인천시 계양구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장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총무
▶인천지방법원 민사·가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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