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은석 인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회장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은 장애인 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 편의증진법은 건설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각 소관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던 규정들을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해 편의시설을 종합적으로 규정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많고, 특히 시설에 대한 접근권 위주로 되어 있어 대중교통에 대한 규정이 제외되어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제한점이 있다. 이에 건설교통부가 주무부처가 되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2004년 말 통과되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해 인간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들의 사회참여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는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통해 장애인 편의제공을 위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학교, 종합병원, 공공기관 등의 시설주에 대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장애인이 시설주에게 안내서비스·수화통역 등의 편의제공을 요청해도 응하지 않을 경우에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었으나 지난 5월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제공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으며 이번에 시행에 필요한 세부사항이 마련됐다.

또한 시정명령 불이행 시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시설의 범위도 조정됐다. 공공건물 중에는 국가 및 지자체 청사 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장애인고용공단·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을 추가했고, 문화시설은 1천 석 이상의 공연장과 영화관을 추가하고 동·식물원은 제외했으며 박물관·미술관·과학관에 대해선 면적기준을 1천㎡ 이상으로 완화했다.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참 다양하고 많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사업을 시행하는 정부 부처는 잘 알려진 대로 보건복지부(장애인복지), 고용노동부(장애인 고용), 교육과학기술부(특수교육), 여성가족부(장애아동) 등이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장애인체육), 지식경제부(장애인 중심기업), 국토해양부(장애인이동권, 안전시설), 방송통신위원회(장애인정보화사업)등이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종합정책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 간의 의견을 조정하며 정책의 이행을 감독·평가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관련 제도들은 자발적이 아닌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의무적으로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의무규정에 따라 세계의 시선을 의식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못해 시작했을지언정 법과 제도가 마련된 이상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관공서·대형병원·백화점 등의 다중이용시설의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 차량의 주차장면이 많이 줄어 든 것은 지속적인 안내를 통한 시민들의 참여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증진법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대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여유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법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건축물마다 자연스럽게 설치가 되었을 것이다. 또 획일적인 모습보다 다양하고 더 편리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도 개발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우리가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장애인 복지의 역사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상대해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대등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민·관의 전달체계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이고 백안시하지 말고 같은 공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그들의 장애를 개성으로 여기고,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는 자세로 마주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밝게 변화되어 ‘장애가 장애로 인식되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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