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경쟁에 의해 급작스럽게 추진됐던 만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한 지 몇 개월도 안 돼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무상복지 광풍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해 말, 여당인 새누리당이 구체적 예산 대책도 없이 주요 야당인 민주당과 함께 통과시켰던 ‘만0∼2세 전면 무상보육’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무상보육비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전면 무상보육이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수혜자의 반발과 정책의 졸속 추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6천200억 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예산 부족분을 조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여당과 정부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복지공약을 지켜야 하는 여당과 차제에 선별적 무상보육으로 전환해 재원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 간 이견이 표출된 것이다. 무분별한 복지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건전성을 지켜내려는 정부 당국과 총선 복지공약을 지켜야만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여당 간 이해상충에 따른 충돌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야당의 무분별한 복지포퓰리즘이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 것이라며 비난에 열을 올렸고, 다수 여론의 지지로 나름의 재미도 봤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10·26 보궐선거에서 복지공약을 내건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자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고, 복지공약의 기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니 지난 4·11 총선에서는 100개가 넘는 재정지출 공약을 쏟아내는 등 복지포퓰리즘 경쟁에 가세했다. 정부와 함께 나라 곳간을 지키고 살찌워야 할 여당마저 표를 의식해 퍼주기에 나선 것이다.

급기야는 만0~2세 무상보육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자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비해 편성해 놓은 정부의 비상금인 예비비까지 지원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또 다른 공약인 저소득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과 사병 월급 인상안의 시행을 앞두고 있고, 더욱이 내년부터는 만3~4세 경우도 현재 ‘소득 하위 70%’에 국한된 보육비 지원을 전 계층으로 확대 예정이어서 재정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에 지급하는 양육수당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현재는 만0~2세 아이를 둔 차상위 계층 15%까지 가정에만 월 10만~20만 원씩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만 5세 이하 전 가정에 주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올해의 양육비 예산 2천억 원보다 10배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어서 재원 부족에 따른 논란의 재연은 불문가지다.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0~2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보육료를 월 28만 원에서 39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소득 하위층 15%에 양육수당 명목으로 10만~20만 원을 주고 있다.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이 금전상 이익이란 분위기가 만연해지면서 전업주부들마저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게 됐고, 예산도 급증하게 됐다. 어린이집 이용자가 늘면서 정작 혜택을 봐야할 맞벌이 가정의 자녀가 보육시설의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까지 발생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들을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가 무조건 수행하고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행 중인 정부 정책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 운용의 근간인 재정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정책을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를 야기한 여야는 물론 정부, 지자체가 근원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서 정치권의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정책이 난무하고 예산 압박이 예상된다. 재정건전성을 지켜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여당은 이를 지켜 줄 책무가 있다. 새누리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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