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출산율 증가 정책의 하나인 만0∼2세 영아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추가 재원의 조달 방식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여권의 무상보육 확대 방안을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정치권의 무상보육 확대 요구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판단인 듯하다. 무상보육이 실시 4개월여 만에 벽에 부닥친 데는 지난해 말 예산안 심의 막판에 무리하게 ‘예산 끼워넣기’ 방식으로 추진했던 여당의 잘못된 판단이 큰 원인이라 하겠다. 빈부를 가리지 않는 전면 혜택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가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예산부족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9∼10월쯤부터는 전국 200여 개 지방자치단체 보육 예산이 바닥날 형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 더 암담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재원 조달에 관해서는 복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만3∼4세까지 무상보육을 적용하고 양육비 지원 대상도 현재의 소득 하위 15% 가구에서 70%로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그 해결을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하지만, 전면 아닌 선별 무상보육이 저소득층에 더 큰 혜택을 주고 지속가능한 복지임을 모를 리 없음에도 무차별 확대 정책을 펴는 것은 잘못이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책이든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상 포퓰리즘에 사로잡혀 보육료의 현실화, 교사 처우개선 등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은 배제한 채 잘못된 정책과 무계획한 추진으로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혼란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이런 정치싸움은 없어야 한다.
대신 무차별한 정책이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모든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런 정책이 돈이 많이 들고 어렵다는 핑계로 안하려 한다면 그것이 무능이요, 직무유기인 것이다. 출산율 증가가 국가공동체의 공통 책임이라는 데 확실한 합의가 이뤄졌다면, 정부 지원은 출산율 증가를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정책이 옳으면 국민들에게 세금을 받는 데 더욱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단계별로 진행하면 그 어려움 또한 완화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인 것이고, 그것을 끌어내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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