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로 낼 수 없는 여러 가지 음색을 지닌 도구로 음의 길이와 세기의 변화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우리 악기’는 우리 민족이 만들어서 우리 음악에 사용된 악기와 외래에서 들어와 우리 악기로 변한 악기 모두를 뜻한다.
일반인들에게 연주에 자주 쓰이는 거문고와 장구, 북 등은 익숙하지만 생황(笙簧)이나 자바라·비파 등은 낯설다.
반만 년 우리 민족과 신명을 함께했지만 지금은 낯선 우리 악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 우리 악기, 천연 재료와 자연 음의 조화

   
 
악기는 길이와 굵기·무게·크기 등으로 음높이를 조정하며 악기의 재료와 소리를 내는 방법, 악기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다.

특히 ‘우리 악기’는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 자연 음을 만들고 간단한 모양으로 연주가 자유로운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악기는 크게 관악기·현악기·타악기로 나눠진다.

관악기(管樂器)는 입으로 불어 공기 울림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악기로 태평소(太平簫)·리코더·단소·훈(塤) 등이 이에 속한다. 현악기(絃樂器)는 손으로 현의 울림을 이용해 소리를 내며 비파(琵琶)·공후(竹+空, 竹+侯)·가야금(伽倻琴) 등을 포함한다.

타악기(打樂器)는 편종(編鐘)·징(鉦)·박(拍) 등을 아우르는 말로 두드려서 울림을 통해 소리를 낸다.

 # 서양보다 낯선 우리 악기
흔히 사람들은 국악 연주나 드라마 등으로 통해 자주 접하는 거문고와 장구·북 등은 익숙하지만 생황과 자바라·비파 등은 낯설다.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마다 함께한 우리 악기지만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악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관악기, 깊은 슬픔
먼저 관악기에는 생황과 훈·나각(螺角) 등이 있다.

생황은 17개의 관으로 구성돼 화음을 낼 수 있는 관악기로 취구(吹口·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에 입술을 가볍게 대고 들숨과 날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야 한다.

훈은 5개의 지공(指孔·손가락으로 여닫아 소리를 낼 수 있는 구멍)을 가지고 있는 고대 시대부터 존재하던 원시 악기다. 현재는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에 쓰이며 아랫입술로 취구의 일정 부분을 가리고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연주된다.

나각은 소라를 주재료로 한 악기로 소라에 따라 다양한 음정과 음색을 갖는다. 현재는 대취타(大吹打)에 연주되며 소라의 끝부분을 통해 소리를 낸다.

 # 현악기, 심금의 떨림
다음으로 현악기에는 아쟁(牙箏)과 비파 등이 있다.

아쟁은 정악아쟁과 산조아쟁으로 구분되며 거문고와 가야금 같이 무릎이 아닌 바닥에 놓고 활대로 줄을 켜서 연주한다.

비파에는 향비파(鄕琵琶)와 당비파(唐琵琶)가 있으나 현재 악기만 전해진다.

   
 
향비파는 신라 삼현(三絃:거문고·가야금·비파)의 하나로 술대를 사용하고, 당비파는 목발(木撥)을 이용해 연주하는 악기로 한때 당악에만 사용되다가 조선시대에는 향악에도 사용됐다.

 # 타악기, 심장의 고동
마지막으로 타악기에는 자바라와 박·어·운라(雲金+羅) 등이 포함된다.

자바라는 현대의 심벌즈와 비슷한 형태로 두 개의 놋쇠판을 서로 맞부딪쳐 소리를 내며 현재 대취타와 무속음악 등에 쓰인다.
박은 나무판을 엮어 만든 악기로 음의 높이가 없다. 나무판의 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나 고려시대 이후 여섯 개의 나무판으로 된 악기가 이용됐다.

‘어’는 음높이가 없고 축(木+兄)과 함께 제례악에서만 사용되는 악기다. 호랑이를 본뜬 모양에 등줄기에 톱날처럼 생긴 톱니가 박혀 있으며 끝을 셋으로 쪼갠 대나무로 호랑이의 등을 훑어내리는 방식이다.

운라는 10개의 작은 징을 나무틀에 매달아 나무망치로 두드리는 타악기로 중국 원나라 때에는 13개나 14개의 소라를 이용했다.

이런 전통이 명대를 거쳐 계속됐고 최근 중국에서는 10개의 소라를 이용한 운라가 사용되고 있다.

 # 개량, 또 다른 시작
이 밖에도 현재 우리 악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야금과 거문고·단소·장구 등 기존의 악기를 현을 늘리거나 보조지공을 뚫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개량하고 있다.

또 기존의 단소보다 높은 소리를 내는 고음단소와 와공후(臥竹+空, 竹+侯-현재 사용되지 않음)를 개량해 만든 옥류금(玉流琴), 기존의 태평소보다 길고 음공이 많은 장새납 등 북한 악기가 있다.

국립국악원 김경희 학예연구관은 “우리 악기는 모두가 자연에서 나온 그대로를 그 재료로 이용한 것이 많으며, 특히 식물성의 재질로 된 것이 대부분이기 한국의 음악은 더없이 평온하고 안을 듯 푸근하게 들린다”며 “또 음양오행(陰陽五行)사상이 담겨져 있어 악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함께 음악 자체에 있어서도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가지의 깊은 뜻을 가진다”고 말했다.

<자료=국립국악원·경기도립국악원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