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경제협력, 정부가 못하는 일에 인천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협력중단 조치(5·24조치) 이후 남과 북의 단절이 더 고착화되고 있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린 남과 북의 실정에 더해 종북논란·북한이탈주민·북한인권법 등 점점 더 악화일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방한계선(NLL) 접경을 두고 북과 인접해 있는 인천시의 경우 현 실정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을 할 처지도 못 된다. 2014아시아경기대회 공동 개최, 서해평화협력지대, 개성공단 입주기업, 인도주의적 남북 교류, 중국 단둥(丹東) 남북 합작 축구화 공장 등 지리·경제적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운명이다.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취임 직후 남북화해협력 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개성공단과 단둥 남북 합작기업 건립, 강화 평화교동산업단지 조성, 남북경제협력 인천아카데미 등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단있게 사업을 밀어붙였다.

현 시기 남북화해협력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통일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디가도 함께 가야 하지만 모두가 함께하지 못할 때 뚝심있게 외길을 걷고 있는 인천시의 발걸음을 쫓아가 봤다.

 # 남북교류의 시작과 끝,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인천시는 서해안 생태환경 보호와 활용,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방안을 마련,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사업 용역을 거치며 남북관계 상황, 남북한 정치일정,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사업은 중앙정부, 인천시, 민간·해외단체 등 추진주체별 역할을 분담해 추진된다.

시는 서해 어장보호발전계획 조정·시행, 서해평화사업과 관련한 긴급 피난 구호·복구, 인천-해주-개성 삼각 경협 클러스터 사업, 인천평화재단 운영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인다.

중앙정부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종합계획 수립·집행, 서해평화협력사업 추진에 관한 남북 협의, 서해평화협력지대에 관한 군사적 보장·질서 유지, 남북공동경비대 운영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민간·해외단체는 서해평화협력사업에 참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업무를 맡는다.

김효은 인천시 남북교류협력팀장은 “남북정상선언의 중심인 서해5도 수역 공동 이용과 개성-인천을 연결하는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 건설을 위해 인천시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정치적 대립보다 미래 지향적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일부·민간단체와 협의, 뚝심있게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가뭄 속 단비, 서해협력포럼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인천시와 중국 단둥시는 지난 6월 7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에서 ‘서해협력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선 한국·중국·일본의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20여 명이 모여 남북한과 중국의 관계 발전 및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에서 북·중 접경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됐다.

전문가들의 하나 같은 바람은 남북과 중국이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상호 존중의 상생을 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남북의 정치적 신뢰가 미약, 경제 측면에서 실질적인 민족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 자주적 통일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이를 위해선 개성공단의 확대와 단둥 평화산업도시, 강화 교동평화산단 등의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포럼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스광 단둥시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당초 북측 인사도 초청됐지만 남북의 정치적 경색 국면 탓에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송 시장의 의지는 결연하다. 북측 인사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남과 북, 특히 인천시와 북의 화해협력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끈질기고 당차게 이어가야 한다는 신념만큼은 절대 흔들리는 법이 없다.

 # 경제협력의 꽃, 남북 합작 수제 축구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동강현 첸양진 스자오촌에선 단절된 남북관계의 끈을 잇기 위한 작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남과 북의 근로자가 얼굴을 맞대며 축구화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축구화는 우선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단이 신는 축구화로 쓰이고, 나머지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팔려 나간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5억 원을 투자해 북쪽에서 노동자 23명을 지원받아 남북이 손을 잡고 수제 축구화를 만드는 ‘아리스포츠’ 공장을 설립했다. 아리스포츠는 ‘아리랑’에서 이름을 따왔다.

공장의 운영은 남북이 아닌 중국의 ‘윈난서광무역’이 맡고 있다.

5·24조치로 대부분의 남북협력사업이 차단된 상황에서 시의 축구화 공장 건립은 기적과도 같은 일화로 소개되고 있다.

반면 “이런 시국에 왜 논란이 될 남북 협력 축구화 공장을 짓느냐”는 볼멘소리까지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시의 방침은 확고했다. 없던 사업을 억지로 끌어 붙인 게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추진해 왔던 시의 남북협력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 남북경제협력과 평화통일의 밑거름,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인천시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은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북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교류하는 담론의 장이 필요해서다.

특히 자칫 특정 집단의 정치모임 성격을 벗어나기 위해 차별을 두지 않고 정파를 초월해 수강생을 받고 있다.

초청 강사 역시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를 기본으로 현 정부 통일부 인사, 전 통일부 장관,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을 망라했다.

이 일엔 인천대학교가 동참했으며, 기호일보도 주관언론사로 힘을 보태고 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봄 첫 강의를 시작해 10주간의 일정으로 일 년에 두 차례 열린다. 지난 3강을 끝으로 현재까지 다녀간 강사만 30여 명이 넘고 200여 명 가까이 강의를 들었다.

특히 아카데미의 활성화를 위해 각 기수별로 ‘원우회’를 구성해 합동 토론회와 현장 탐방을 통해 아카데미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를 주관하는 이갑영 인천대 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장은 “다가올 본격적인 남북경협 시대에 대비, 인천의 남북경협 전문가 육성 및 남북경협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자 아카데미가 출범했다”며 “명실공히 ‘평화도시 인천’의 대표적 상징으로 남북경협 인천아카데미를 자리매김시킬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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