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내 일부 퇴직 공무원들의 비정상적인 처신 때문에 기존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23일 인천시내 공공기관에 따르면 정년이나 명예퇴직으로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의 직급은 7급부터 3급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이 기존에 근무했던 직장의 사무실을 찾아 (하급)직원들에게 타이핑, 메일 발송, 포토샵 처리 등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인천시 A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K(32·여·인천시 동구 송현동)씨는 “국장급으로 퇴직한 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사무실에 찾아온다. 자신이 공직에 근무할 때 산하 기관인 우리 사무실에 와서 개인 서류의 타이핑을 요구하는데 난감하다”며 이들을 대우하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업무임을 밝혔다.
퇴직 공무원들은 대체적으로 컴퓨터 활용 능력이 좋지 않아 이 때문에 메일 확인이나 발송, 파일 첨부, 포토샵 처리 등의 작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B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J(36·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씨는 “본인의 개인적인 일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자녀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달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어떤 퇴직 공무원은 자신의 자서전을 완성하기 위해 다량의 자필 원고를 가지고 와서 직원들에게 교열과 타이핑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말만 부탁이지 사실상의 명령이나 다름없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J씨는 “퇴직하긴 했지만 그분과 오랜 친구 사이이신 분이 아직 재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혹시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돼 거절도 못한다”며 “그들의 일을 대신해 주느라 밀린 민원을 나중에 처리할 때는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차라리 전담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곤혹스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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