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 법 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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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도 법 밑에 있다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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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국회의원을 못해봐서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겠다. 국회의원 특권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권력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 금배지를 달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이다. 가장 욕도 많이 먹으면서 가장 힘이 센 사람들이 국회의원인 것 같다. 부정한 돈 받았다고 조사할 것이 있어 검찰에 나와 달라고 소환장을 보내도 불응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에 국회의원 빼고 어느 누가 감히 검찰의 소환장을 무시하고 버틸 수 있을까? 일반 공직자든 기업인이든 필부입장에서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2050클럽에 7번째로 진입했다. 무역규모 세계 9위, 대학진학률 OECD 국가 중 1위, 과학기술력 세계 5위라고 한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공권력이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공정한 법집행에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50클럽에 진입한 국가 중에서 국회의원이 금품 받은 혐의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데 거부하는 나라가 있는가? 회기 중에는 구속영장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집행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선출직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라는 서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솔직히 국회의원은 대표적인 국민의 일꾼이다. 공직에 출마할 때 대부분 스스로 일꾼이 되겠다고 자임하고 나선다. 「브랜드OK」사에서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역대 모든 선거의 슬로건 5만3천832건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일꾼,’ ‘사람,’ ‘함께,’ 그리고 ‘깨끗한’ 순으로 나왔다.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말이 나라의 일꾼이든 지역의 일꾼이든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슬로건에 네 번째 많이 나온 말이 자신은 다른 후보보다 깨끗하고 또한 당선돼도 검은 돈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과연 국회의원들이 국민이나 주민의 일꾼으로 국가와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또한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고 국민의 대표로서 모범적이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일부 국회의원 때문에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지만 국회의원이 일 잘하고 깨끗하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온갖 특권은 다 누린다. 심지어 공권력까지 무시하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말이 유독 국회의원에게만 예외가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일꾼은 법을 무시하고 주인은 법을 지켜야하는 모순이 어디에 있는가? 정치의 본산인 국회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정치가 제대로 굴러 갈 리 만무하다. 법을 만드는 권한이 있다고 법을 무시하거나 법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총선이 끝나고 여야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스스로 반납하겠다고 국민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 아무개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동료애의 의리가 발동하고 또 언제 자신에게 그런 일이 닥칠지 몰라 이심전심 부결시켰다. 민주당 박 아무개 의원이 2차의 검찰소환에도 불응하고 버티고 있다. 옛날 ‘방탄국회’란 소릴 들어 본 적이 있다. 방탄국회을 열어 자기 당 소속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은 것이다.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검찰이 체포해 조사하겠다는 데 이를 막기 위해 국회를 연다는 것이 가당치나 한 일인가? 긴급한 국정현안이 있을 땐 개점 휴업하는 국회가 만일 동료 의원의 신변보호를 위해 국민의 대의기관을 열고 닫는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제 국회와 국회의원 그리고 검찰 모두 바뀌어야 한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위상에 걸맞은 준법정신, 법치주의, 공정한 법집행이 자리 잡아 정치도 선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형이든, 청와대 부속실장이든, 국회의원이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국민은 공정한 법 집행과 특권이나 반칙이 없는 사회를 열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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