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옛 송도역사에 대한 등록문화재 지정이 추진되면서<본보 7월 26일자 1면 보도> 지난 2008년 철거된 소래역사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늦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개항의 역사를 가진 인천지역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인천시 등 행정관서의 역사 인식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6일 인하대박물관에 따르면 소래역은 수인선이 개통된 지난 1937년부터 50여 년간 협궤열차와 운명을 같이하다 수인선이 폐지되기 1년 전인 1994년까지 수원시를 오가는 서민의 정기장 역할을 담당했다.

소래역은 일제강점기 소래포구 인근 염전에서 얻은 소금 반출을 위해 지어진 일제 수탈의 현장으로, 2002년 인하대박물관이 낸 ‘수원~인천 간 복선전철 구간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는 이러한 역사성과 당시 몇 남지 않은 수인선 역사(驛舍)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보존가치가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소래역사는 논현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소유권이 이양, 2008년 철거돼 현재는 21번 시내버스 종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 터전 공동대표는 “17개의 옛 수인선 역사 중 유일하게 남은 송도역사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지역의 여론 수렴 없이 철거된 소래역사 역시 보존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소래역사가 속절없이 철거되는 상황에서 인천시와 남동구 등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사 인식 부재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역주민들이 나서 행정기관에 보존을 주장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을 뿐이다.

남동구에 거주하는 최병일(67)씨는 “당시 지역주민들은 소래역을 보존해 달라고 남동구 등에 요구했지만 LH와 구청은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소래역사를 철거했다”며 “경제적 논리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춘 근대문화유산들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소래역사가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철거됐고, 마지막 남은 송도역사도 시민에 의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추진되는 것은 인천시의 역사 인식 부재를 드러내는 일례”라며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사라져 가는 근대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2008년 철거 당시 지역주민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오래전 철거된 소래역사를 이제와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항변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지금은 철거된 소래역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송도역사의 문화재청 등록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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