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대흥 객원논설위원/(사)웰브 대표이사

 우리나라의 인구학적 변동이 심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로 상징되는 엄청난 사회·인구학적 변화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휴가, 출산수당, 육아정책, 양육지원금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놓고 있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이러한 수많은 노력에도 2010년 1,23명으로 여전히 세계 171위에 해당하는 세계 최저수준 출산율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적표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 이유를 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미래의 신세대들은 자신들의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출산의 의무감보다 강하기 때문에 출산율의 저하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지원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는 미비하다"고 안드레 로드리게스 포제 교수를 포함해 대부분의 전문가가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한 저출산의 문제는 노동인구부족을 초래하는데, 아마도 우리나라는 2017년도에 인구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즉, 노인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한 저출산·고령화의 파급영향은 노동인구감소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며, 국가재정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를 고려할 때 노동인구 대비 연금수급자의 비율인 ‘부양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중 가장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방법은 이민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독일 퀼른대학의 노이바우어 교수는 세계는 이동성 강화로 많은 인구의 혼합, 사회문화의 동질화와 차별화가 동시에 강화되는 등 다문화·글로벌화로 갈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를 학계에 발표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지구화 시대를 맞아 다문화·다민족 상황에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 6~7년 후인 2018~2019년 정도에는 다문화 인구는 100만 명에서 400만 명으로 인구의 10%를 차지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 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우리 사회의 공동체로 흡수하면 저출산 극복의 해결책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사회가 이들에 대해 여전히 폐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 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사실이다. 이방인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한국인의 사회적 행태는 우리나라의 후진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과거 미국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로 가는 과정의 사회갈등이 심각하다. 여전히 이들을 시민 공동체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사회도 ‘유리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소극적이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가치관과 습성이 이들을 한국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신뢰의 부재는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 좋은 사회란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말한다. 평등한 사회일수록 상호신뢰 수준은 더욱 높게 나타난다. 지금 복지국가로 불리워지는 북유럽의 나라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동질적인 사회에 성공한 케이스다. 우리 사회도 사회보장제도의 설계에서 ‘공동체’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보호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성공적 단일민족은 자랑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미래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앞으로 12월이면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다. 저출산의 대안을 내놓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저출산·고령화의 극복은 한국의 시대적 사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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